K2 흑표 이어 미래 전장 주도... 스텔스·무인화· AI로 무장
세계 최초 수소 동력 추진 목표… 130mm 주포·첨단 체계 탑재
세계 최초 수소 동력 추진 목표… 130mm 주포·첨단 체계 탑재

지난 5일(현지시각) 방산업계와 국방 전문 매체 아미 레코그니션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궤도형 지상전투차량'(분류 12) 디자인을 2024년 8월 26일 출원(출원 번호 30-2024-0034192)해 올해 3월 21일 등록 승인을 받았다. 이 디자인은 지난 4월 17일 정식 등록했고 21일 공표했다. 일련번호 M001로 식별하는 이 디자인의 보호 기간은 2044년 8월 26일까지다.
◇ K2 이을 미래 전차…'스텔스·생존성' 초점
등록한 디자인은 K3 차세대 주력전차 계획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다. K3는 공식 명칭 차세대 주력전차(NG-MBT)로, 현 주력전차인 K2 흑표의 뒤를 이을 기종으로 개발하고 있다. 군이 K2 전차가 계속 변하는 현대 기계화전의 요구사항을 완전히 충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비록 M48A5K 전차 퇴역을 위한 K2 생산 물량이 부족해 K1 계열 전차를 즉시 대체할 계획은 없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나타난 새로운 기갑전 양상 탓에 차세대 전차 개발이 시급해졌다.
K3는 현존하는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 등 주력전차의 핵심 성능을 능가하고, 미래 작전 환경에서 요구하는 스텔스(탐지 회피), 생존성, 기동성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무인 포탑·승무원 캡슐… 파격적인 설계 변경
특허 출원한 디자인은 등각 투영도, 정사영 도면 등 9개 도면을 포함한다. 금속 또는 합성수지 재질을 사용하고 야전 전투 임무에 알맞은 미래 지향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특징은 2022년 DX 코리아, 2023년 아덱스(ADEX), 2024년 유로사토리 등에서 현대로템이 순차적으로 공개한 K3 실물 모형에서도 확인된다.
최신 구성안을 보면 K3는 최대 전투 중량 55톤 미만, 길이 10.8m, 폭 3.6m, 높이 2.4m 이하로 설계한다. 가장 큰 특징은 완전 무인 포탑과 차체 앞에 배치한 2~3인용 장갑 승무원 공간(캡슐)이다. 포탑은 차체 뒤로 이동하고 동력 전달 계통(파워팩)은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처럼 앞으로 옮겨 승무원 생존성을 높였다. 자동장전장치와 탄약고를 승무원과 분리해, 전차가 공격받을 때 2차 피해를 줄이는 구조다.

◇ 세계 첫 수소 동력 추진… 친환경·고성능 동시 구현
추진 체계는 세계 주력전차 최초로 수소 동력 도입을 목표한다. 초기에는 디젤-수소 혼합형(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용하고, 2040년께 최종 모델은 수소 연료전지, 배터리, 이중 전기 모터를 쓰는 완전 전기 방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국방기술기획평가원(KRIT)과 협력해 진행한다.
수소 연료전지는 물과 열만 배출해 소음과 열 신호를 크게 줄인다. 탐지 회피 성능을 높이고, 작전 거리 확대와 군수 지원 부담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대 도로 속도 시속 70km, 야지 속도 시속 50km, 주행거리 500km를 목표로 한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고무 궤도 적용도 검토한다.
◇ 130mm 주포· AI 시스템... 화력·첨단 기술 집약
주무장은 K2의 120mm보다 강력한 130mm 고압 활강포로 바꾼다. 독일 라인메탈도 같은 구경 포를 개발했지만 협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동장전장치는 K2와 비슷한 포탑 후방 돌출형(버슬형)이 유력하며, 탐지 회피용 포신 덮개(슬리브)와 열 차폐 덮개 적용도 고려한다. 차체 뒤에는 수직발사체계(VLS) 탑재를 제안해, 포 발사 미사일 외에 별도 대전차 또는 지대공 미사일 운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다만 현대로템은 현재 배회형 탄약(자폭 드론) 통합이나 다목적 미사일 발사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붕에는 12.7mm 기관총 원격사격통제체계(RWS)와 회전익 드론 발사/회수 장치, 드론 전파 교란 장치(재머)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사격통제·지휘 체계, CS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사이버정보·감시·정찰) 체계를 통합해 360도 상황 인식, 표적 자동 할당, 무인 자산과 협동 작전 등을 수행한다. 자율 주행 기반의 무인 운용 버전 개발 가능성도 있다.
생존성 강화를 위해 고경도강, 세라믹, 복합재 기반의 조립식(모듈식) 장갑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측면과 위에는 비폭발 반응장갑(NxRA/NERA)과 탈착식 폭발 반응장갑(ERA) 장착부를 둘 수 있다. 차체 바닥 장갑은 나토(NATO) 표준협정 STANAG 4569 레벨 4A/4B(10kg TNT 폭발 방호) 기준을 충족한다. 레이더 흡수 도료와 특수소재(메타물질) 기반 위장 기술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회피 능력을 높인다.
K3 개발에는 폴란드와 협력도 주목할 점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와 K3 공동 개발, K808 현지화 등 차륜형 장갑차 개발, 무인 지상 이동체(플랫폼) 개발에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내 전차 개발팀 해체설(2016년, 인력 재배치로 해명)이나 2인 승무원 체제의 지속 작전 능력에 관한 내부 검토(3인 체제 고려) 등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장전장치, 무인 포탑(러시아 T-14, 독일 KF-51U), 주포 구경 확대(130~140mm, 독일 KF51, 프랑스 르클레르 에볼루션/EMBT), 능동방호체계(APS), 인공지능(AI) 기반 체계 적용 등이 차세대 전차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10식, 프랑스 르클레르 XLR, 영국 챌린저 3, 독일 레오파르트 2A8, 미국 에이브람스X, 중국의 신형 전차 등 각국이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해 신형 전차 개발과 개량에 속도를 내고 있다. K3 전차가 이러한 세계 경쟁 속에서 한국의 방산 기술력을 보여주고 미래 기갑전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