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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자유당,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에 힘입어 캐나다 선거 승리

미국 대통령의 주권 위협 발언이 민족주의 고조 불러일으켜
경제·생활비 위기 및 무역 분쟁 해결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
선거 당일 밤 오타와의 자유당 본부. 마크 카니 총리의 당은 이제 트럼프의 무역 혼란이 악화될 수 있는 생활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사진=AP/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선거 당일 밤 오타와의 자유당 본부. 마크 카니 총리의 당은 이제 트럼프의 무역 혼란이 악화될 수 있는 생활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사진=AP/뉴시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이 연방 선거에서 보수당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과 무역 전쟁 위협이 불러일으킨 민족주의적 감정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2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자유당은 의회 의석 343석 중 보수당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과반수 확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선거 전까지 자유당은 식품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위기 등으로 참패가 예상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경제를 공격하고 주권을 위협하는 발언을 시작하면서 판세가 급변했다. 이러한 발언은 캐나다인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자유당이 선거 판도를 뒤집고 4연임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실제로 투표용지에 있다고 암시하고 "캐나다가 주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이 캐나다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펼쳤다.
이에 야당 보수당의 피에르 풀리에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님, 우리 선거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캐나다는 항상 자랑스럽고, 주권적이며, 독립할 것이며, 결코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도발은 많은 캐나다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미국 휴가 취소, 미국 상품 불매 운동, 그리고 조기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록적인 730만 명의 캐나다인이 선거일 전에 투표했다.

이전 중앙은행장을 두 번 지낸 마크 카니는 최근 "미국인들은 우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우리를 망가뜨리고 싶어 한다. 그건 그냥 말이 아니에요. 그것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라며 선거의 핵심 이슈를 강조했다.

트럼프가 선거의 중심 쟁점이 되면서 풀리에브르에 대해서도 "미니 트럼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토론토 주민 리드 워렌은 "풀리에브르가 나에게 미니 트럼프처럼 들려서" 자유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역사학자 로버트 보스웰은 "트럼프가 같은 불만에 호소하는 것과 같다"며 "자유당은 트럼프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유당이 4연임이라는 큰 장애물을 넘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캐나다는 오랜 기간 생활비 위기를 겪어왔으며, 수출의 75% 이상이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캐나다 자동차 생산 시설의 미국 이전 압박은 캐나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인기 하락으로 보수당의 피에르 풀리에브르 대표는 이번 선거를 트뤼도에 대한 국민투표로 만들고자 했으나, 트럼프의 개입으로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 트뤼도는 선거 전 사임했고, 카니가 자유당의 새 지도자 겸 총리가 되었다.

선거 당일은 밴쿠버 거리 박람회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주말 공격의 여파로 몇 시간 동안 선거 운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테러리즘을 배제하고 용의자를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지역 남성으로 확인했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외교 정책이 캐나다 선거를 지배했는데, 당시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주요 쟁점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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