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국내산 쌀 품귀 현상과 가격 급등으로 한국산 쌀을 사재기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농협중앙회가 지난 3월 말 일본에 처음 수출한 2.2톤 규모의 쌀이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일본 내 쌀 품귀 현상은 약 20만톤 규모에 달하며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에 나섰지만 여전히 가격은 지난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과거 일본 소비자들은 외국산 쌀을 외면했다. 특히 1993년 쌀 위기 당시에는 태국산 등 외국산 쌀이 대거 수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대에 남아도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박재현 일본 공인 쌀 소믈리에는 NYT와 인터뷰에서 “일본 쌀은 워낙 맛이 좋아 외국산 쌀을 먹을 용기가 없었다”며 “이제는 한국산 쌀도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산 쌀이 인기를 끈 배경에는 품종의 유사성도 있다.
한국산 쌀은 일본산과 같은 단립종(자포니카)으로 찰기가 많은 식감을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과 맞아떨어진다. 고바야시 다카시 일본 쌀 소믈리에 겸 판매업자는 NYT와 인터뷰에서 “한국 쌀은 일본 쌀에 비해 향과 단맛이 다소 약하지만 미국·태국·대만산 쌀과 비교하면 일본 쌀과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박 소믈리에 역시 한국산 쌀의 식감을 “부드러움과 쫀득함, 그리고 약간의 포슬포슬함이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이 쌀을 기념품처럼 사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NYT는 지난 24일 서울역 인근 마트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 세 명이 40파운드(약 18킬로그램)짜리 쌀을 살까 고민했지만 세관 통관 문제를 우려해 포기하는 장면을 전했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산 쌀이 자국산보다 약 25% 저렴하게 판매돼 빠르게 품절됐다. 도쿄의 한 대형마트는 한국산 쌀이 다음달 3일 재입고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번에 수출된 한국산 쌀은 전남 해남군에서 재배된 것으로 해남군청은 쌀 수출이 예상외로 빠르게 완판되자 추가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윤희 해남군청 쌀 담당자는 NYT에 “우리 쌀이 이렇게 빨리 팔릴 줄 몰랐다”며 “호응이 커서 기쁘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2.2톤에 이어 향후 22톤을 추가 수출할 예정이며 330톤 추가 수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접한 완도군도 일본 수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기적인 수출 전망은 불투명하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한국산 쌀이 주목받는 것”이라며 가격 안정화 이후 수요 감소를 전망했다. 고바야시 다카시 소믈리에도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하기 시작해 두 달 안에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농가에도 수출이 큰 이익은 아니라고 NYT는 전했다. 이윤희 담당자는 “수출 시 파운드당 3~6센트(약 41~82원) 이익이 발생하는 반면, 국내 판매 시에는 파운드당 최대 95센트(약 1303원)까지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대환 한국쌀유통협회 회장도 NYT에 “일본 쌀 가격이 더 올라야 수출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YT는 일본 농민들 사이에서는 쌀 소비 부진과 정부 규제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도쿄에서는 정부의 쌀 재배 제한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