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비상계엄령 논란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정보 유출로 이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공산세력 위협’을 이유로 전격 발표한 비상계엄령과 이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 과정에서 한국군의 주요 작전기밀과 장비 실태, 심지어 정보요원 신원까지 여과 없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직접적인 정보 이득을 챙겼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상계엄령은 발효 수 시간 만에 철회됐지만 이후 국회의 청문회는 전 과정이 생중계되며 북한이 그동안 첩보활동을 통해 수년간 파악하려던 민감한 정보들이 연달아 노출됐다.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정보가 공개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한 장성은 “전쟁기획지휘실의 위치가 몇 층에 있는지까지 밝힌 것은 상식 밖”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한 야당 의원은 계엄 당일 중앙선관위에 출입한 정보요원의 사진을 공개했고 이에 한 지휘관은 “오랜 시간 공들여 육성한 자산이 너무 허망하게 노출됐다”고 토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오랜 시간 교차확인을 거쳐야 얻을 정보를 한국이 생중계로 제공한 셈”이라며 “북한은 지금 ‘고맙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박충권은 “이런 정보는 북한이 평소 간첩을 동원해 수집하려 애쓰는 것”이라며 “심지어 한국의 정찰드론(S-Bat) 수량과 전투 불가 판정 사실까지 다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발동 당시 국회에 투입된 707특임단의 장비 역시 북한에 실시간 노출됐다. 이 부대는 평시 대테러 및 해외작전을 수행하며 전시엔 북 지도부 제거 임무를 맡는 특수임무부대다. 당시 707특임단은 4안 야시경과 소총으로 무장한 채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했으며 일부는 시민에게 사과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박 의원은 “북한은 이 장비가 전군에 보급된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상황을 지켜본 북한은 발언을 자제했으나 약 일주일 뒤 관영매체를 통해 “남조선이 혼돈과 아수라장이 됐다”고 보도하며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군사전문위원은 “북한도 한국 관련 정보는 축적해왔지만 의심과 사실 확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헌정질서를 중대하게 위협했다며 탄핵을 인용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바로 상실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