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페인에 배터리 공장 건설 검토... 현지 환경단체 반발 직면

몬트-로이그 델 캄프 지역 '바람의 힘' 활용한 전략적 투자... 환경단체 5월 항의 캠프 예정
몬트로그에 있는 미래 롯데 공장의 가상 이미지. 사진=IDP이미지 확대보기
몬트로그에 있는 미래 롯데 공장의 가상 이미지. 사진=IDP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지 환경단체의 반발에 직면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투자는 현지의 독특한 기후 조건을 경제적 자산으로 활용한 전략적 결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가 지난달 31(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몬트-로이그 델 캄프(Mont-roig del Camp)에 초기 약 5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구리 박막(일렉포일)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지 농식품 기업 아메틀러 오리겐의 투자도 함께 이루어져 두 프로젝트를 통해 총 11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스페인 지역 매체 '디아리 메스(Diari Més)'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카탈루냐 지역 수십 개 환경단체들의 연합체인 '레볼테스 데 라 테라(Revoltes de la Terra·대지의 반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항의 캠프를 오는 5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몬트-로이그 델 캄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디아리 메스 보도에 따르면 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재앙적 구조에 맞서 롯데에 반대한다. 현재와 미래의 삶을 부정하는 이 시스템에 대응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행사가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일부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단체는 자체 선언문에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떤 지역에서도 조직적 저항을 펼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디아리 메스는 전했다.

인구: 1만4000명의 몬트-로이그 델 캄프는 스페인 동부 해안에 있는 타라고나와 레우스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는 예술가 조안 미로(Joan Miró)가 젊은 시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그 바람의 특성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핵심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중해 회랑(Corredor Mediterráneo)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타라고나 항구와 리에이다(Lleida), 사라고사(Zaragoza)를 연결하는 교통로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함께 강한 바람이 이 도시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몬트-로이그 델 캄프의 프란 모란초(Fran Morancho) 시장은 "한국 기업이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날이었다. 한 시의원은 그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국 기업은 재방문하여 전기차 배터리용 구리 박막인 일렉포일(Elecfoil)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일진머티리얼즈가 롯데로 인수된 후에도 투자 계획은 유지됐다. 초기 투자 규모는 5600억원 규모다. 44헥타르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도시계획 절차로 인한 지연을 겪었으나 올해 말부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카탈루냐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전략적 사업으로 지정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려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단지의 개장은 2027년까지 지연될 전망이다. 엘 파이스에 따르면 모란초 시장은 "필요한 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지만, 부지가 있는 곳은 많다. 최종 결정 전에 아라곤, 안달루시아, 바스크 지역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카탈루냐 정부의 미켈 삼페르(Miquel Sàmper) 기업부 장관은 "타라고나 지역은 유럽 남부 최대 규모의 화학 산업 단지가 있어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적 프로젝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따르면, 몬트-로이그 델 캄프의 환경 조건, 특히 바람은 공장 입지 선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바람은 습도에 영향을 미쳐 구리 박막 제조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엘 파이스 보도에 따르면 아메틀러 오리겐의 공동 창업자 조르디 아메틀러(Jordi Ametller)도 비슷한 이유로 이 도시를 선택했다. 그의 회사는 50만 평방미터 규모의 첨단 수경재배 온실과 농식품 혁신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토양 없이 관개를 최적화하여 더 긴 재배 주기와 높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으며, 5000만 유로(7967000만 원)를 투자해 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틀러는 "몬트-로이그가 카탈루냐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아니지만, 해안 도시들의 평균 강수량을 갖추고 있으며, 태양과 바람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람이 없는 날의 비율이 0.86%에 불과해, 강한 트라문타나 바람으로 유명한 로세스(Roses) 지역의 11.4%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탈루냐 통계청(Idescat) 자료에 따르면, 타라고나 주는 2024년 마지막 분기 기준 실업률이 12.7%로 카탈루냐 평균 7.9%보다 높은 상황이다. 코스타 다우라다(Costa Daurada)와 포트 아벤투라(Port Aventura) 테마파크 같은 관광 자산이 있지만, 비수기에는 고용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모란초 시장은 "몬트-로이그는 작은 카탈루냐와 같다. 관광업이 매우 강력하지만, 산업과 농업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엘 파이스는 전했다. 산업 다각화 노력이 환경보전과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가 향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디아리 메스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