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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구리 광산 사고, 중국 관계 '시험대'... 환경 넘어 외교 갈등 우려

카푸에 강 오염, 1,200만 명 식수원 위협... 잠비아 정부, 중국 기업에 책임 촉구
전문가들, "잠비아-중국 관계 악화 불가피"... 환경 문제 넘어 정치 쟁점화 가능성
잠비아의 중국 소유 구리 광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성 유출 사고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잠비아의 중국 소유 구리 광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성 유출 사고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잠비아의 중국 소유 구리 광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성 유출 사고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잠비아의 주요 강을 오염시키며 심각한 환경 피해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2월 18일, 중국 비철금속 산업 그룹이 대주주인 시노-메탈스 리치 잠비아 구리 광산의 광미 댐이 붕괴되면서 5,000만 리터의 농축된 산성 폐기물이 카푸에 강으로 유출되었다.

카푸에 강은 약 1,200만 명의 생명줄과 같은 중요한 수로로, 수도 루사카를 포함한 약 500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이번 유출 사고로 야생 동물은 물론, 유출 현장에서 최대 100km 떨어진 곳에서도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이번 재난을 "카푸에 강을 따라 있는 사람들과 야생 동물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규정하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수십 년간 중국과의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유대 관계를 유지해 온 잠비아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대학 아프리카-중국 연구 센터의 엠마누엘 마탐보 연구 책임자는 "카푸에 강으로 유출된 산성 폐기물은 잠비아와 중국 관계를 매우 해로운 방식으로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잠비아에 대한 중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지하고자 했던 잠비아 정부조차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고는 과거 잠비아 야당이 중국 투자를 비판하는 정치적 쟁점과 유사하게, 향후 잠비아 정치권에서 중국 관련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잠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의 왕성 대리는 이번 재해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중국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광산 회사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어떠한 불법적이거나 변칙적인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잠비아 수자원 개발 및 위생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시노-메탈스가 지역 주민들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사과하고, 재해 대응에 1,532만 콰차를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아프리카 광산에 대한 중국의 투자로 인한 환경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잠비아에 대한 중국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이번 사고가 잠비아 광산 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이바 페사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가능한 한 많은 비용을 절감하려 하고, 환경 예방 조치가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를 통해 중국 광산 투자의 '바닥을 향한 경쟁' 양상이 드러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고는 잠비아와 중국의 관계는 물론, 아프리카 내 중국 투자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향후 양국 정부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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