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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계 자유무역 위축 속 메르코수르와의 회담 안갯속

트럼프發 무역전쟁 격화, 일본 농가 반발과 메르코수르 내 이견에 협상 난항
'마지막 메가 FTA' 운명은 일본 여름 선거 결과에 달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3월 24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회담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3월 24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회담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남미 무역블록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경제파트너십협정(EPA) 협상 개시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남미 경제블록으로, 약 3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이다. 일본과 메르코수르 간 EPA는 '마지막 메가 FTA(자유무역협정)'로 불리며, 양측 재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왔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가 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일본 재계에서는 일본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올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4일 일본에 도착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일본-메르코수르 EPA에 대한 기대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협상 개시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농업 강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 값싼 쇠고기, 닭고기 등 농산물이 대량 유입될 경우 일본 농가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EPA라는 용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거부감이 예상보다 강했다"고 밝혔다.

또한, 메르코수르 내부 사정도 협상 개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의장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지상주의자를 자처하며 좌파성향의 룰라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충돌해왔다. 지난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와 메르코수르 의장 간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것도 회원국 간 조율 부족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브라질은 점진적으로 협력의 틀을 모색해왔다. 2024년 5월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브라질을 방문해 룰라 대통령과 메르코수르와의 '경제 관계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시바 총리와 룰라 대통령이 '일본-메르코수르 전략적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두 경우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EPA'라는 용어 대신 '프레임워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EPA를 포함한 경제 관계 강화 방안을 모색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협상 개시에 합의하지는 못한 상태다.
다음 잠재적 전환점은 오는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브라질이 올해 하반기 메르코수르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어서, 이시바 총리가 이 시기에 브라질을 방문해 EPA 협상 개시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여름 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만약 가을까지 협상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이는 일본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상실과 일본 경제 외교의 실패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메르코수르는 이미 싱가포르와 FTA 협상을 타결했으며, 한국, 캐나다, 인도네시아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재계에서는 일본이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리는 "브라질의 태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일본산 자동차와 가전제품 유입을 우려해 EPA에 신중했던 브라질이, 중국과의 무역이 급증한 현재는 오히려 일본을 대두, 소고기 등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일본이 메르코수르와 EPA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면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일본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첫 임기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후, 일본은 이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부활시키는 노력을 주도한 바 있다.

CPTPP의 확장과 메르코수르와의 EPA를 통해 일본이 자유무역 체제를 지키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 답은 올여름 일본의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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