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등 경쟁사 다중 센서 활용해 20만 건 주간 탑승 기록, 머스크의 '카메라 단독' 전략 한계 봉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테슬라 차량이 수집한 페타바이트 규모의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슬라가 세계 최고 가치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브스 재팬이 인용한 익명을 요구한 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임원은 "테슬라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운전을 학습한 AI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매끄럽게 주행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전문가는 "예를 들어 10명 중 9명이 일시정지를 무시하는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그 AI 역시 일시정지를 무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이유로 웨이모, 주크스, 오로라, 와이비 등 테슬라의 경쟁사들은 레이저 기반의 라이다(LiDAR)나 레이더와 같은 첨단 센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이자 뉴욕대학교 컴퓨터 과학 교수인 얀 르쿤은 포브스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양을 늘리면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맞지만, 그 효과는 점차 감소한다. 데이터 양을 두 배로 늘린다 해도 개선의 정도는 제한적이며, 인간의 신뢰성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르쿤 교수는 "17세 청소년은 약 20시간의 운전 연습만으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AI 시스템이 소량의 데이터나 시행착오로부터 학습하는 능력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술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머스크의 AI 전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율주행 기술만으로 1조 달러(약 1454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가설은 향후 몇 년 안에 그 진위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오스틴에 새로 설립한 데이터 센터 '코르텍스'에서 테슬라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사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 소프트웨어 성능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FSD와 테슬라의 기존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52건의 치명적인 교통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켈 AI의 알렉스 래트너 CEO는 "독점적인 데이터 피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일정 수준의 이점을 제공한다"면서도 "학습 데이터 선별 과정에서 뛰어난 운전자의 영상과 형편없는 운전자의 영상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이러한 AI 모델은 대부분 가장 일반적인 운전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미시 커밍스 교수는 "학습해야 할 모든 예외적인 상황이 충분한 빈도로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당국에 자문을 제공해 왔다.
테슬라의 접근 방식을 잘 아는 한 익명의 자율주행 연구원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차량 내 비디오 데이터 중에서 AI 훈련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선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학습해야 할 핵심 부분을 어떻게 식별하고 추출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자율주행 관련 주장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그는 2016년에 "테슬라 차량이 사람의 도움 없이 미국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2019년에는 "2020년까지 100만 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목표 역시 달성되지 못했다.
반면 웨이모는 미국 로보택시 시장의 선두 주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웨이모는 이미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주당 20만 건 이상의 유료 탑승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약 700대의 차량만으로 달성한 성과다. 포브스의 추정에 따르면 웨이모는 2024년에 400만 건의 탑승을 제공하며 1억 달러(약 1454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은 경미한 사고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테슬라 운전자들은 FSD 모드에서의 위험한 주행 영상을 온라인에 빈번하게 게시하고 있으며, 뉴저지 고속도로 출구에서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하거나 중국에서 적색 신호를 무시하는 등의 상황이 담긴 영상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르쿤 교수는 "머스크는 '완전 자율 주행'에 대해 거의 10년 동안 과장된 주장을 계속해 왔지만, 실제로 달성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며 "인간과 유사한 완전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는 것은 우리가 AI 시스템이 인간이나 동물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이후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