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러트닉 상무장관, 국내총생산에서 정부 지출 제외 제안

트럼프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도 몇 주일 전 러트닉 장관과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정부가 미국이 경기 침체 속으로 빠져들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연방정부 통계 집계에 개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속속 울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이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에서 마이너스(-) 영역으로 치닫고 있다. GDP 나우는 전날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2.8%로 제시했다. GDP 나우는 지난달 28일 -1.5%로 1분기 성장률을 종전 대비 3.8%포인트나 낮춘 뒤 재차 큰 폭으로 내렸다.
GDP 나우의 1분기 성장률은 지난달 중순 무렵까지는 2.9%를 나타냈었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22년 1분기(-1.0%)가 마지막이었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에 “보다 정확한 GDP 측정을 위해 정부 지출을 제외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부가 역사적으로 GDP 산출을 망쳐 놓았다”면서 “나는 정부 지출과 GDP를 분리해 이것을 투명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러트닉 장관이 이끄는 상무부가 GDP를 공식 산출한다. 미 상무부는 소비자, 정부, 기업의 경제 기여도를 측정한다. 미국은 1933년부터 '국민 계정 항등식'에 따라 경제 규모를 계산한다. 이 등식은 Y(GDP, 생산 또는 소득)=C(소비)+I(투자)+G(정부 지출)+NX(순수출=수출-수입)이다. 지난해 4분기에 미국 경제 성장의 17.2%를 정부 지출이 이바지했다.
러트닉 장관의 제안을 따르면 GDP의 5분의 1에 가까운 정부 지출이 사라진다.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대대적인 공무원 감원, 정부 지출 5000억 달러(약 730조원)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 정부 지출을 줄이면 미국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아예 GDP 산출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
WP는 “정부가 GDP 산출 방식을 바꿔도 민간 기관이 기존 방식대로 GDP 성장률을 계산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경제 둔화의 비난을 피하려고 성장률 계산 방식을 바꾸려 한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건실한 성장을 계속해 왔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강한 민간 소비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이 2.3%(직전 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 2024년 연간 성장률은 2.8%에 달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3.0%)와 3분기(3.1%) 2개 분기 연속 3%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트럼프 정부 측은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이 조 바이든 전임 정부의 과도한 정부 지출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2024년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에 달하고, 정부 지출은 17%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 연방정부 지출의 GDP 기여 비율은 6.5%가량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