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경제 성장 둔화 속 물가 재상승...'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전망 나와

무엇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폴이 이달 6∼8일 미국 성인 2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일상용품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본 응답자가 59%였다. 물가가 내릴 것으로 본 응답자는 11%에 그쳤고, 나머지는 별 영향이 없거나(15%) 모른다(16%)고 답했다. 이번 달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의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 2023년 3월(-1.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연준 목표치 2.0%를 여전히 상회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 시각)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나면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연준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제프리 슈미드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한 포럼에서 “기대 인플레이션 조사 척도는 불완전하고 잡음이 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에 지금은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데이터를 보면 불확실성이 커져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과 성장 우려를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날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면서 “1970년대와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사태가 오면 정책 결정권자들이 경기 침체보다도 더 대응하기가 어렵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슈미드 총재도 고물가 사태 속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제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 GDP 나우는 지난달 28일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1.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9일 2.3%에서 3.8%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다. 애틀랜타 연은은 1분기 실질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이 종전 2.3%에서 1.3%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22년 1분기(-1.0%)가 마지막이었다.
다발 조시 BCA 리서치 선임 전략가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미국 경제가 이르면 올해 2분기에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3%가량에 머물러 있고, 이 상태에서 이른 시일 내에 경제 성장 둔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그가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여 간 이어간 정책 공세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WSJ은 “전체 경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개월 만기 수익률을 밑돌아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을 보였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반드시 경기 침체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상이 불황 가능성을 예고하는 지표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