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은 마감을 약 2시간 앞두고 전거래일 대비 2.50달러(10.61%) 폭등한 26.10달러로 치솟았다.
이날 폭등세는 대만 TSMC와 미국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인텔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파죽지세 주가
인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뒤 파죽지세로 뛰고 있다.
지난 10일 이후 14일 하루만 빼고 이날까지 6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을 내리 올랐다.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는 인텔에 특히 유리하다.
인텔은 생산 시설 없이(팹리스) 주로 반도체 설계만 담당하고, 생산은 대만 TSMC 등 외주로 돌리고 있는 대부분 미 반도체 업체들과 달리 직접 생산을 하는 곳이다.
파운드리·설계 분리 매각
인텔 주가가 이날 폭등한 것은 외주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을 TSMC에 반도체 설계와 마케팅 부문은 브로드컴에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앞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강력히 추진했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뒤 파운드리 부문 매각을 검토해왔다.
겔싱어는 인텔이 계속해서 반도체 설계와 직접 생산을 이어가면서 파운드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파운드리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스리니 파주리 애널리스트는 분석 노트에서 파운드리를 분리 매각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파주리 애널리스트는 “경영진 입장에서 파운드리와 생산 부문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안이 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파운드리는 청산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SMC, 브로드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미 백악관은 TSMC가 인텔 파운드리 부문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토록 하려 계획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이와 별도로 인텔 반도체 설계와 마케팅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TSMC의 역할이다.
TSMC는 첨단 반도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지식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대만 업체가 인텔의 생산력을 활용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만이 긴장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만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동기인 반도체 생산 알맹이가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무엇보다 TSMC에 어떤 실익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TSMC는 이미 미 반도체 생산설비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터라 굳이 인텔 파운드리 부문을 인수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 적자를 내는 인텔 파운드리 인수가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다.
파주리는 TSMC가 인텔 파운드리 부문을 인수하는 대신 인텔과 합작벤처 형태로 발만 담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브로드컴의 행보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미 규제 당국의 제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이 중앙처리장치(CPU)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텔 반도체 설계 부문을 흡수하면 시장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고 당국이 판단할 수 있다.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분리 매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곳곳에 널려 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위험 역시 높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