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의 파격적 가격 정책에 시장 요동
MS "산업 발전에 긍정적" vs ASML "기업간 격차 심화할 것"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글로벌 AI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AI 기업들의 고가 정책에 제동을 걸며 시장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MS "산업 발전에 긍정적" vs ASML "기업간 격차 심화할 것"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30일 실적발표에서 "딥시크가 진정한 혁신을 이뤄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픈AI의 최대 후원사가 경쟁사의 혁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딥시크는 최근 공개한 R1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AI의 o1과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가격은 96% 저렴한 수준이다. 100만 출력 토큰당 가격이 o1의 60달러에 비해 2.19달러에 불과하다.
나델라 CEO는 "토큰 가격 하락은 더 많은 AI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AI가 보편화하는 것은 하이퍼스케일러와 PC 플랫폼 제공업체인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AI 시장의 양극화를 경고했다. 그는 29일 "AI가 여전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동력이지만, 이 기회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성과는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케 CEO는 "일부 고객사들은 매우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이 거대한 기회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AI의 높은 비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AI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고, 이는 더 많은 칩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으로 봤다.
이런 가운데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딥시크 모델에서 '증류' 기술 사용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증류는 작은 모델이 큰 모델의 출력을 모방해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로, 오픈AI의 서비스 약관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AI 파운드리에 딥시크-R1을 추가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새로운 기업들이 다른 분야가 배울 수 있는 혁신을 이룰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산업 전반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ASML은 2025년 매출이 300억~35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최대 고객사인 TSMC는 2025년 AI 관련 칩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하고 향후 5년간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다. ASML은 중국 매출 비중이 2024년 41%에서 2025년 2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중국 기업들의 자체 기술력 향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AI 기술 발전 과정에서 혁신과 지식재산권 보호의 균형,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구도 변화,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 등 다양한 과제를 제기했다. AI 산업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대응 전략과 시장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