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10일께 공식 발표, 동맹국·적대국·기타 등 3개 그룹으로 차등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마지막으로 중국·러시아 등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수출 추가 규제 조처를 10일(현지 시각)께 단행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동맹국들이 제한 없이 AI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적대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새로운 수출통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미국산 반도체 수입이 실질적으로 봉쇄되는 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에 국가 또는 기업 차원에서 설립되는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등의 AI 칩 사용을 규제하려고 한다. 미국은 미국의 기준을 따르는 우방국에만 데이터센터가 설립되고, 적대국에는 이런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미국은 특히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에 출하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에 한도를 설정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3단계 칩 수출제한 조처를 단행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국의 소수 동맹국에는 미국의 반도체 칩에 대한 접근을 무제한 허용한다. 미국은 또 적대국이 반도체 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봉쇄한다. 미국의 동맹국과 적대국 사이에 있는 대부분 국가는 AI 반도체 칩을 수입할 수 있는 쿼터에 따라야 한다.
세계 대부분 국가는 수입할 수 있는 총 연산력(computing power)에 상한이 설정된다. 이 그룹에 속한 국가들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기로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다.
미국은 새로운 수출규제를 도입하는 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활용한다. VEU는 미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제도다.
미국 정부가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는 예외를 허용할 때도 VEU 규정을 활용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 가까이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지수는 0.96% 하락한 5162.35포인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0.02% 하락한 140.1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경쟁업체인 AMD 주가도 4.31% 급락했다. 인텔이 0.65%, 마이크론이 2.45%, 퀄컴이 0.90%, 대만의 TSMC가 2.03% 각각 하락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단체인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는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에 발표할 예정인 AI 칩 수출 신규 규제 조처를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AI 칩 규제가 글로벌 AI 분야에서 미국의 지도적인 지위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