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I "2025년 -0.1% 성장...실업자 300만 명 돌파 우려"
독일 경제가 전후 최초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기업 파산과 실업자 증가로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독일의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한델스블라트 리서치 연구소(HRI)가 2025년 독일 경제 성장률을 -0.1%로 전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HRI는 이어 2026년까지 실업자가 306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델스블라트의 베르트 뤼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가 전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며 "팬데믹,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쾰른 독일경제연구소의 미하엘 휘터 소장도 "2025년 독일 경제는 반등보다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파산이 급증하면서 고용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2024년 기업 파산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갈레리아 카르슈타트 카우프호프 백화점, FTI 투리스티크 여행사, 에스프리 유럽 등 대기업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용평가사 크레딧리폼의 베른트 뷔토 전무는 "2024년 파산 추세가 2025년에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원 10명 이하 중소기업의 파산이 전체의 81.4%를 차지했으며, 이로 인해 3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위험에 처했다. 폭스바겐, 보슈, ZF 프리드리히스하펜 등 자동차 기업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에너지 수급 불안도 독일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암흑기(Dunkelflaute)'로 불리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급감 시기마다 전기 가격이 폭등했다. HRI는 "독일이 이 시기에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수입하면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독일산업연맹(DIHK)의 페터 아드리안 회장은 "수년간의 경제 정체를 끝내려면 새 정부가 '경제 우선' 원칙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렌크네히트 AG의 마르틴 헤렌크네히트 회장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민주연합(CDU) 주도의 정부가 필요하다"며 "이념 중심의 상징적 정치를 벗어나 실용적 문제 해결로 독일이 유럽의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도 지속될 전망이다. HRI는 2025년과 2026년 물가 상승률이 모두 2%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 10월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2%였으며, 9월 1.6%, 8월 1.9%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계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세금 부담, 과도한 규제를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관료주의 축소, 세금 인하, 전기요금 인하 등 포괄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