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신속하게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불안 요인이 일단 해소가 됐지만 탄핵 정국 속에 앞으로 정치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불확실한 가운데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은 전날 급락세를 딛고 4일(현지시각) 일부 종목이 상승하기도 했다.
"매우 매우 잘못된 결정"
나틱시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트린 응우옌은 CN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게엄 선포는 “매우 매우 잘못된(poor) 결정”이라면서 나쁜 시기에 한국에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응우옌은 “계엄은 1979년 이후 선포된 적이 없다”면서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이를 되돌린 것은 긍정적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상당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펼쳐지게 됐고, 특히 윤 대통령의 미래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응우옌은 “지금 한국은 좋은 때가 아니지 않는냐?”면서 “반도체 경기는 10월 수출 감소세에서 보듯 하강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했으며, 내수는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좋지 않은 시기에 계엄령 선포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정부의 예산”이라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재정적인 버팀목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 또 (미국의) 잠재적인 관세 도전에 대응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비중 축소
한국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모건스탠리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 전략 책임자 조너선 가너는 모건스탠리가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너는 CNBC에 나와 “한국시장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서 위치가 좋지 않고,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관세, 비관세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너는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에 더해 자동차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꽤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주력이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점은 한국에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가너는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번 계엄령 선포 사태 이전에 이미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목도하게 될 (성장률 하락 가운데) 최대 성장 둔화의 하나”라고 비관했다.
TS롬바르드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 로리 그린도 4일 분석노트에서 한국 주식과 채권 등 자산, 특히 원화가 계속해서 가격 하락과 높은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국 시장, 탄핵 정국 버틸 힘 있다
모두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의 탄핵 정국이 끝나고 나면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낙관 전망도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 토머스 매튜스는 4일 분석노트에서 이런 낙관 전망을 내놨다.
매튜스는 “우선 새로운 소식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신속하게 사퇴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투자 심리가 계엄 사태를 잊고 이전으로 되돌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탄핵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던 일도 아니다”라며 “2016~2017년 탄핵 정국에서도 한국 주식은 최소한 궁극적으로는 잘 버텼다”고 강조했다.
매튜스는 이번 혼란이 한국이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 불거지기는 했지만 지금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피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대형 기술업체들은 대체로 지금의 인공지능(AI)과 기술을 둘러싼 열기에서 큰 혜택을 보는 위치에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한국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있고, 개선은 꽤나 급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 상장된 한국전력공사(KEPCO)는 미증권예탁원 증서(ADR)가 6% 넘게 폭락했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상승세를 타는 등 전날에 비해 충격이 잦아든 모습이었다.
특히 한국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지수(EWY)는 0.7% 상승세를 기록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