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그동안 내세웠던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전제 조건인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됐다며 지난 3월에 이어 지난 7월 금리 인상을 잇따라 단행했고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일본이 이제부터 ‘금리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흔히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는 상징으로 대체로 평가되고 있으나 일본 내수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역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해온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일본 국민의 소비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日 모기지 변동금리도 9년 만에 인상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일본 금융시장에서도 파급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모기지의 변동금리가 약 9년 만에 인상됐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소니은행은 지난달부터 변동형 모기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고 나섰다.
소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고는 인터넷 은행 중에서는 스미신SBI넷은행에 이어 둘째로 많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는 일본은행이 단행한 금리 인상의 여파”라면서 “일본의 모기지 금리 인상은 지난 2010년 10월 이후 14년 만의 일”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모기지 금리 인상이 향후 초래할 결과와 관련해 주택 소유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크게 늘려 향후 일본 내수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5일(현지시각) 전망했다.
일본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주기가 짧은 변동금리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대출자의 이자부담 급등에 따른 위험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어서다.
NYT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0년의 만기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인 미국보다 일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 모기지 금리 인상과 구매력 감소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부담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금융비용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일본 가계의 소비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NYT의 진단이다.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나면서 모기지로 집을 마련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형 모기지 금리가 2%를 넘어서면 금융비용 증가로 인한 가계 부담이 심각한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큰 주택으로 집을 옮기기 위해 모기지 대출을 고려 중인 30대 일본 직장인 요네모토 가오리는 NYT와 한 인터뷰에서 “1% 선까지는 견딜 만할 것 같은데 2%대로 진입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일본지사의 스테판 앵그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나이가 있는 주택보유자들은 그나마 그동안 저축한 자금이 있기 때문에 모기지 금리 인상의 불똥을 피해갈 여력이 있지만 문제는 모기지 대출로 집을 장만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