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써 헝다는 부채 구조조정안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좀더 벌게 됐다.
홍콩의 청산 절차는 사실상 법적 정리에 해당한다. 법원이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헝다는 법정관리인 아래 채무 정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헝다의 변호사들은 채권자들이 청산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법원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청원을 기각했다.
중국 당국은 채무 변제에서 국내 주택 구매자와 금융기관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외 채권자들은 중국 본토와 법체계가 다른 홍콩에서 절차를 밟아 채권 회수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헝다의 자산은 대부분 중국 본토에 있다. 처분 등에 관한 홍콩 측의 절차가 허용될지 여부는 중국 당국의 의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헝다의 주가는 4일 청산 심리 연기 이후 전날의 손실을 만회하고 13% 이상 급등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는 총 부채가 3000억 달러(약 391조 원)가 넘는다. 2021년 말 역외 채무를 불이행한 이후 중국 부동산 부문을 집어삼킨 부채 위기의 전조가 됐다.
헝다는 지난주 청산 명령을 피하기 위해 수정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청산 심리 연기 후, 해외 헝다 채권자 그룹의 고문인 투자은행 모엘리스 앤 코의 대표는 이 결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최근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했으며, 조건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청산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헝다의 변호사는 개발사가 향후 5주 내에 구조조정 제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법원에 말했다. 판사는 헝다에 개정된 약관에 대해 "관련 당국"과 직접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헝다의 청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에 더 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헝다의 부채 문제는 부동산 판매가 둔화되고 전국적으로 수십만 채의 주택이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는 등 경제가 팬데믹 이후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홍콩 당국은 지난 몇 년간 헝다와 비구이위안과 같은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문제로 불안정해진 부동산 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헝다는 거의 2년 동안 부채 개선 계획을 수립해 왔으나, 지난 9월 말 억만장자 창업자 쉬자인(许家印)이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래 계획이 틀어졌다.
이 개발사는 구조조정 계획의 중요한 부분인 신규 미국 달러 채권 발행에 대한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고, 그 결과 이 계획에 대한 채권자 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다.
헝다의 자회사 팡처바오(房车宝·사물인터넷)의 투자자인 탑 샤인은 헝다가 투자자가 매입한 주식을 재매입하기로 한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2022년 6월 청산 신청을 제기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