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빼면 예산 증가 효과는 미미…재정 운용 실효성 도마에
정권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도 뒤집혀…i-바다패스 지원 축소에 비판 많아
재정개혁 추진하려면 3~5년 전망치 등 총체적이고 투명해야
정권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도 뒤집혀…i-바다패스 지원 축소에 비판 많아
재정개혁 추진하려면 3~5년 전망치 등 총체적이고 투명해야
이미지 확대보기박찬대 인천시장은 5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9기 첫 본예산안을 발표하고 시민의 일상을 지키면서 인천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청사 애뜰광장 앞과 후문 출입구에는 박 시장 사퇴와 서해구·검단구 해법을 내라는 시위 목소리가 있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예산 증가보다 재정의 실질적인 건전성과 정책 변경에 따른 시민 부담에 관심이 쏠렸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예산 증가의 실효성과 i-바다패스 지원 변경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행정의 지속성이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15조9천억 역대 최대 예산…재정자립도는 오히려 하락
인천시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5740억 원(3.8%) 증가했다. 하지만 자체수입은 6조8744억 원으로 증가율이 0.4%에 그친 반면 정부 이전재원은 7조769억 원으로 12.4% 증가했다. 재정자립도는 42.1%로 전년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법정·필수 경비 역시 약 11조4000억 원에 달한다.
박찬대호 예산 총액은 커졌다. 그러나 시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다. 박 시장은 복지와 민생을 유지하고 미래산업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 예산은 6조9678억 원으로 전체의 43.8%에 이른다. 인천e음 캐시백에도 2100억 원을 편성해 월 사용 한도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여론에 밀린 취지로 해석된다.
취약계층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재정 비상 상황을 강조했던 시가 현금성 복지사업을 유지하거나 새롭게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재정개혁 원칙과의 정합성을 설명해야 하는데 총예산 규모가 늘었다는 홍보에 중점을 두기보다도 현실성 고려가 지배적인 의견이다.
“물가 오르는데 3.8% 예산 증가, 실질적인 효과”
이날 박찬대 시장 기자회견에서 예산 증가율만을 강조하는 설명 방식에 기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대략 2.5~3%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예산 증가율 3.8%가 실제로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물가상승 등을 반영해 예산 규모가 증가해 왔지만, 그 증가가 곧 시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복지와 고정비용은 쉽게 줄이기 어렵다. 현실은 물가와 세입 구조, 정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과 예산 증가율을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 등에 따른 국세 수입 증가와 달리 시 자체수입은 부동산 경기와 취득세 변동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거래 위축 등으로 지방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재원 증가 등이 반영돼 전체 예산이 3.8%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 증가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과 실제 시민이 체감할 재정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인천시는 증가한 예산이 물가 부담을 얼마나 상쇄하고 시민 생활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압도적인 인천'의 참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나”…i-바다패스 직격
i-바다패스 직격 쟁점의 출발은 인천시가 그동안 바다패스와 아이패스 등을 주요 민생정책으로 홍보해 왔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과 지원 구조가 달라지는 현실은 시민 편익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정된다면 행정의 일관성이 없어 시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인천시가 정책을 수립할 때 공무원들은 장기적인 재정 전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했다가 없어지고, 바뀔 때마다 시스템도 달라진다”라는 현장 지적은 시의 정책 승계와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i-바다패스 지원 구조를 세입 여건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섬 주민의 여객선 이용요금 1500원 지원은 유지되지만 다만 타 시·도민에게 적용하는 지원 비율은 기존 70%에서 50%로 축소된다는 것.
인천시민의 경우 기본 이용요금 지원과 별도로 터미널 이용료, 유류비 상승에 따른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배 상승이란 주장도 어쩌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실제 비용이 올라간 것 아니냐는 취지로 재차 물었다.
시 관계자는 세입에 맞춰 조정하면서 인천시민에게 일부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고, 향후 옹진군 등과 협의해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시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지원 구조를 조정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비용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셈이다.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업이 재정 상황에 따라 바뀐다면, 처음부터 얼마나 정교한 재정 추계와 지속가능성 검토를 거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발언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분석이 된다.
재정자립도 2%포인트 하락…“위험 수준 아니다”라는 설명
이날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하락한 점을 지적하며 인천시 재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의 질문도 나왔다. 이에 시 관계자는 일반회계 기준 재정자립도가 약 41% 수준이며, 지방세 증가보다 국비 등 의존재원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비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인천시 재정이 특별히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단순히 국비 증가의 결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중앙정부 재원이 늘어나 예산 총액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체 재원 확충 능력이 정체된다면 장기적인 재정 운용의 자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이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점을 지적하며 재정예산개혁 TF가 권고했던 현금성 복지 조정 방침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복지 예산 축소가 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복지 예산 비중을 장기적으로 45%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43.8%에 도달한 상황에서 복지 수요와 고정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면 향후 재정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행정 전반에 대해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박찬대 시장, 예산의 크기보다 정책의 일관성 증명 필요
박찬대 시장이 제시한 민생과 미래산업 투자 방향을 모두 부정할 이유는 없다. GTX-B와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바이오산업 육성, 시민 안전망 확대 등은 인천 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다. 다만 재정 운용은 정책 홍보와 달라야 한다.
특히 예산을 편성하고 시민에게 혜택을 약속했다면 정권 교체와 재정 여건 변화에도 정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늘 그렇듯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질문에 답해야 하지만 기자 질문을 받고는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피하는 모습은 답변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검증을 받으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한편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산 총액 증가가 실제 시민 생활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재정자립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복지 확대가 언제까지 가능한지, 시민에게 약속한 정책이 왜 변경되고 부담이 발생하는지 질문에 막힘이 없이 설명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인천시 관계자는 세입 감소와 재정 여건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행정은 사정이 어렵다는 설명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정책의 성과는 행정이 얼마나 열심히 홍보했느냐가 아니라 시민에게 약속한 혜택을 안정적으로 지켰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더욱이 인천시는 재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현금성 복지 유지·확대의 재정적 근거와 조정되는 사업의 기준, 향후 3~5년 재정 부담 전망부터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결과로 갈 것이다.
박찬대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역대 최대 예산이라는 숫자 자랑이 아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책임 있는 행정이다. 305만 인천시민의 혈세는 어느 정권의 정치적 성과물이 아니다. 전임 시정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을 뒤집어서도 안 되지만, 재정 검증 없이 무조건 유지하는 것 역시 올바른 행정은 아니다.
정권은 바뀌어도 행정의 신뢰는 시민에게 약속한 책임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의 액수가 아니라 시민과 약속한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재정적 토대가 얼마나 단단한지다. 박 시장의 첫 예산안은 이제 시의회의 심판대에 오른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15조9000억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오늘의 혜택이 내일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는 재정, 정권이 달라져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정책, 그리고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책임 행정이다. 그것이 박찬대 시장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시정’의 진정한 기준이 돼야 한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