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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기업들은 입주 않겠다는데 굳이 1190억 들여 물류단지 짓는 밀양시

1506개 기업 조사서 99.7% 입주 의향 없어…밀양시는 별도 조사 근거로 반박
민간 사업자 확보 실패로 공영개발 전환…경제성 평가도 엇갈려
재정안정화기금 200억 원 보상비 활용…분양 지연 시 투자비 회수 부담
밀양시가 총사업비 1190억 원을 투입해 일반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산외면 남기리 일원 사업대상지 전경. 입주 수요와 공영개발에 따른 재정 부담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밀양시이미지 확대보기
밀양시가 총사업비 1190억 원을 투입해 일반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산외면 남기리 일원 사업대상지 전경. 입주 수요와 공영개발에 따른 재정 부담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밀양시
경남 밀양시가 추진하는 1190억 원 규모의 남기일반물류단지 공영개발사업이 입주 수요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전 수요조사에서 기업 99.7%가 입주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지만, 밀양시는 별도로 확인한 기업 수요와 물류 입지 경쟁력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전액을 시 재원으로 부담하는 구조여서 분양이 지연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재정 투입도 진행되고 있다.
밀양시는 올해 재정안정화기금 200억 원을 토지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최근 시의회에서는 사업의 경제성과 입주 수요를 재검증하고 민간자본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제기됐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 투자 약속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1506개 기업 조사…입주 의향은 4곳


밀양시가 2030년까지 총사업비 119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할 예정인 산외면 남기일반물류단지 사업대상지 위치도. 전체 면적은 30만7040㎡(약 9만2900평) 규모다. 사진=밀양시이미지 확대보기
밀양시가 2030년까지 총사업비 119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할 예정인 산외면 남기일반물류단지 사업대상지 위치도. 전체 면적은 30만7040㎡(약 9만2900평) 규모다. 사진=밀양시


남기일반물류단지는 밀양시 산외면 남기리 일원 30만7040㎡(약 9만2900평)에 조성하는 물류시설 개발사업이다.

2030년까지 창고업과 운송 관련 서비스업, 제조업체 등이 입주하는 물류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밀양시는 고속도로 접근성과 향후 교통망 확충을 활용해 영남권 물류 수요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 수요를 조사한 결과는 기대와 차이가 컸다.
행정안전부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전국 15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502곳이 입주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입주 의향을 보인 기업은 4곳으로 전체의 약 0.3%에 그쳤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계획한 물류시설용지를 안정적으로 분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밀양시는 조사 대상과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밀양의 입지 여건이나 실제 지역 물류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김해·양산·창원 등의 기업을 별도로 접촉한 결과 11개 기업이 긍정적인 입주 의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물류시설용지 약 6만 평 가운데 2만 평을 사용하겠다는 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두 조사 결과가 다른 이유는 조사 대상과 기업의 관심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입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기업이 실제 계약까지 체결할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민간개발 포기한 이유…사업 참여 기업 확보 실패


남기물류단지의 재정 부담 논란은 개발방식이 변경된 과정과 연결된다.

밀양시는 당초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방식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개발에 참여할 민간기업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2024년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했다.

2025년 10월 31일 열린 밀양시의회 제26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같은 회기인 11월 11일 제5차 본회의에서는 남기일반물류단지의 공영개발 전환 배경을 놓고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사진=밀양시의회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0월 31일 열린 밀양시의회 제26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같은 회기인 11월 11일 제5차 본회의에서는 남기일반물류단지의 공영개발 전환 배경을 놓고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사진=밀양시의회


이 같은 경위는 2025년 11월 11일 밀양시의회 본회의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정무권 의원과 손은희 밀양시 투자유치과장은 다음과 같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정무권 의원: "과장님 70페이지 밀양남기일반물류산업단지 개발사업에 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이게 처음 사업을 진행할 때 하고 지금 많이 좀 바뀌었는데 당초에 SPC 그러니까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을, 이 사업을 진행해 보려는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해 가지고 실패한 원인이, 아니면 바뀐 원인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손은희 투자유치과장: "의원님 질의에 답변드리겠습니다.
SPC를 설립을 해서 추진을 하려고 하면 실제 참여하는 기업이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저희 물류단지를 개발하는데 참여하는 기업이나 참여 의사를 표시하는 그런 데가 없기 때문에 저희 자체 내에서 사업을 신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 공영개발로 결정해서 추진 중에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를 확보하지 못한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양시는 남기리 일원의 교통 접근성과 향후 물류 수요 증가를 사업 추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울산~함양 고속도로망, 신공항 건설에 따른 물류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024년 12월 28일 개통된 고속국도 제14호 함양울산선 창녕~밀양 구간 항공 전경. 밀양시는 고속도로망 확충에 따른 물류 접근성 개선을 남기일반물류단지 조성사업의 추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밀양시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2월 28일 개통된 고속국도 제14호 함양울산선 창녕~밀양 구간 항공 전경. 밀양시는 고속도로망 확충에 따른 물류 접근성 개선을 남기일반물류단지 조성사업의 추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밀양시


물류시설은 교통망과 주변 산업시설의 접근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물류단지를 이용하면 운송 거리와 시간을 줄이고 보관·배송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 여건이 좋다는 사실만으로 입주 수요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물류기업이 실제 부담할 분양가격과 운영비, 기존 물류거점과의 경쟁력까지 검토해야 한다.

경제성 0.141과 1.14…엇갈린 타당성 평가


남기물류단지의 사업성을 둘러싼 논쟁에는 서로 다른 경제성 평가 결과가 등장한다.

행정안전부 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은 0.141로 제시됐다.
B/C는 사업에 투입하는 비용과 발생하는 편익을 비교한 값으로 일반적으로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0.141은 비용에 비해 평가된 편익이 상당히 낮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재무성 지표도 0.94로 나타나 기준값인 1에 미치지 못했다.

밀양시는 국토교통부 공공교통시설 타당성 평가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시의회에서 제시한 국토부 평가 B/C는 1.14였다.

국토부 평가는 물류시설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뿐 아니라 물류망 전체의 효율 개선 효과까지 반영했다는 것이 밀양시의 설명이다.
사업의 편익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가 달라진 셈이다.

재무성 0.94에 대해서도 밀양시는 일반적인 수익사업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영개발 과정에서 별도의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조성원가 수준으로 분양하려는 계획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결국 두 평가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적용한 편익 항목과 비용, 수요 예측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물류망 개선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분양 수입이 부족하면 투자비 회수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재정안정화기금까지 활용…시비 부담 어디까지


밀양시청 전경. 밀양시는 남기일반물류단지 공영개발에 총 119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올해 재정안정화기금 200억 원을 토지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진=밀양시이미지 확대보기
밀양시청 전경. 밀양시는 남기일반물류단지 공영개발에 총 119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올해 재정안정화기금 200억 원을 토지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진=밀양시


남기물류단지 개발사업은 총사업비 1190억 원을 밀양시 재원으로 조달하는 구조다.

2025년 12월 시의회에서 밀양시는 토지와 지장물 보상비로 약 545억 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전체 사업비에서 토지 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보상 단계부터 상당한 재정이 투입된다.

올해 3월 제271회 밀양시의회 임시회에서는 재정안정화기금 200억 원을 남기물류단지 보상비 재원으로 사용하는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이 심의됐다.

당시 제출된 계획에는 2026년 말 재정안정화기금 조성액을 기존 292억9072만 원에서 92억9072만 원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금의 약 68%를 물류단지 사업에 활용하는 계획이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 감소나 대규모 재정 수요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립하는 재원이다.
해당 기금의 활용은 다른 재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과도 연결된다.

밀양시는 물류단지 특별회계를 설치해 개발비와 분양 수입을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2025년 9월 시의회에서 제시한 재원조달 구조도 일반회계 전출금으로 사업비를 마련한 뒤 부지 매각 수입과 선수금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분양 시점과 실제 회수 금액이다.
기업 입주가 지연되면 부지 조성에 투입한 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추가적인 관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계획한 분양가격에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지, 분양 수입으로 전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가 시민 재정 부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시의회 조건부 승인…민간자본 활용은 어디까지


밀양시의회는 이미 지난해 말 공영개발에 따른 부담을 줄일 대안을 요구했다.

2025년 12월 8일 제269회 정례회에서는 시가 부지를 매입한 뒤 시설공사를 민간개발 방식이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공공개발을 포함한 최종 추진방식을 시의회와 협의하고 승인받도록 하는 조건도 붙었다.

부지 확보와 시설 조성을 구분해 민간자본 참여 가능성을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다.
물류단지 개발에 참여할 기업이 없었던 만큼 사업 위험을 시가 모두 부담하는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후 밀양시는 올해 2월 단지계획 수립 용역 입찰을 진행했고, 환경영향평가와 보상 관련 용역 절차도 추진했다.
행정 절차는 진행되고 있지만 의회가 요구한 민간자본 활용 방안이 실제 사업구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지난 2일 제276회 밀양시의회 임시회에서 다시 제기됐다.
하원호 의원은 입주 수요를 충분히 확보한 뒤 조성공사에 착수하고, 분양 지연에 대비한 투자비 회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기일반물류단지의 경제성과 입주 수요 부족을 지적하며 1190억 원 규모의 공영개발 방식 재검토를 요구한 하원호 밀양시의원. 사진=하원호 의원 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남기일반물류단지의 경제성과 입주 수요 부족을 지적하며 1190억 원 규모의 공영개발 방식 재검토를 요구한 하원호 밀양시의원. 사진=하원호 의원 페이스북


특히 투자심사에서도 착공 전 실제 입주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 수요 검증을 어느 단계까지 마쳐야 하는지가 다시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분양 실패하면 누가 부담하나…실제 계약 확보가 관건


밀양시는 물류단지 조성을 통해 제조업과 식품산업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목표대로 추진되면 지역 산업의 물류 기반을 확충하고 관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입주 의향을 보인 기업들이 실제 분양계약과 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기업 수요는 사전 조사와 밀양시가 지난해 시의회에서 설명한 별도 접촉 결과다.
2026년 11월 현재 기업별 확정 계약 규모와 구체적인 투자 일정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앞으로 밀양시가 밝혀야 할 사항은 구체적이다.
입주 예정 기업의 확정 여부와 계약 면적, 예상 분양 수입, 분양 지연 시 재원조달 방안이다.

공영개발을 유지한다면 총사업비 1190억 원의 연차별 투입 계획과 투자비 회수 일정도 시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의회가 요구한 민간개발 및 SPC 방식 검토 결과 역시 사업 추진방식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밀양 남기일반물류단지는 지역 산업의 물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이다.
앞으로 투입될 시 재원이 실제 기업 입주와 분양 수입으로 얼마나 회수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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