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평가서 절반 이상 기준 미달에도 합격 처리 정황
175억 원대 업체 유착 의혹·투표 통계 허위 입력도 수사
175억 원대 업체 유착 의혹·투표 통계 허위 입력도 수사
이미지 확대보기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은 30일 오전 9시 10분부터 중앙선관위와 전·현직 직원들의 주거지 2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파견검사 2명과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5명 등 총 17명이 투입돼 장비 납품 계약과 성능평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선관위 직원들이 고가의 선거용 기계장비를 구매하면서 성능평가(BMT) 결과를 부당하게 처리한 정황을 확인했다. BMT는 장비가 계약에서 정한 성능과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실제 시험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다.
특검에 따르면 납품 대상 장비의 절반 이상이 평가 기준에 미달했지만 담당 직원들은 이를 합격 처리했다. 그 결과 총 140억여 원 규모의 장비가 전량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선관위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
수사의 핵심은 성능 기준에 못 미친 장비가 어떤 경위로 검수를 통과했는지다. 담당 직원들이 평가 결과를 알고도 납품을 승인한 이유와 특정 업체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는지 등이 향후 규명해야 할 쟁점이다.
선관위의 업체 유착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중앙선관위 정당과장 출신 A씨가 지난 지방선거 사전투표함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참여시켜 입찰 경쟁을 방해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A씨와 배우자, 아들이 관련된 업체 3곳과 총 103건, 175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사실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전직 선관위 직원과 납품업체 간 유착을 뜻하는 이른바 '선피아' 의혹이다. 특검은 A씨가 운영하는 투표함 제작업체 등을 포함한 5곳 이상의 탈세 정황도 포착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요청했다.
선관위의 계약 관리 전반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총 50억 원 규모의 투표소 물품세트 제작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특혜가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경남·경북 등 지역 선관위가 2022년부터 특정 업체와 선거물품 보관창고 계약을 독점적으로 체결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선거 관리 과정의 부실 의혹 역시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전국 36개 시군구 선관위에서 시간대별 투표자 수가 허위로 입력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선거 진행 중 보고되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 통계를 실제와 다르게 입력하거나 사후 수정한 사안으로, 특검은 입력 경위와 관련자들의 관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투표지 자체에 대한 검증도 진행 중이다. 특검은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송파구 지역 투표지 약 247만 장을 공개 검증했다. 투표지 보관 상자 433개 가운데 이의가 제기된 투표지가 담긴 13개 상자는 특검이 확보했고, 나머지 420개 상자는 선관위 측으로 이송됐다.
특검은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투표지도 추가 검증에 대비해 현재 상태로 보관하도록 선관위에 요청했다. 이의가 제기된 투표지와 관련 장비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추가 수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