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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골 빼먹는 기업의 '탐욕 인플레이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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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세무사 YB세무컨설팅 대표
박영범 세무사 YB세무컨설팅 대표
장바구니 물가가 공포스럽다. 마트에 갈 때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른 지 이미 오래다. 기업들은 으레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어쩔 수 없다"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9일 발표한 '4차 물가 불안 야기 탈세자 14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에서 그동안 세무조사 탈세 사례는 이들의 해명이 사기극에 가까웠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물가 상승의 주범은 기업의 탐욕…오비맥주와 빙그레 사례
국세청은 2025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민 생활과 직결된 먹거리·생필품 분야의 탈세 혐의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세무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문자 그대로 충격이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악용한 기업의 '탐욕'과 '변칙 거래'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1차 조사에서 추징한 세액 1785억 원 중 약 85%인 1500억 원이 국민 먹거리 독과점 업체 3곳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어 든 맥주와 아이스크림 가격표 뒤에는 기업의 검은 뒷거래 비용이 청구서처럼 숨겨져 있었다. 국내 맥주 시장을 호령하는 오비맥주 사례를 보자.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판매점 등에 1100억 원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고 이를 광고비로 위장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원재료 구매 과정에 특수관계 법인을 끼워 넣고 450억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과다 지급해 이익을 나눴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용 부풀리기는 고스란히 제품 가격 22.7%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약 1000억 원을 추징하며 철퇴를 내렸다.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노린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 먹거리' 제조업체인 빙그레는 특수관계 법인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물류비 250억 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닌, 사익 추구를 위해 부풀려진 유통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을 25%나 끌어올리는 구실이 됐다. 국세청은 약 200억 원을 추징했다.

◇ 점점 교묘해지는 대한제분 등 밀가루 담합 수법


밀가루 담합 수법은 더 교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한제분 등 밀가루 가공업체들은 '사다리 타기'로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해 조직적으로 담합을 모의했고, 이 기간 제품 가격을 44.5%나 올렸다.

이렇게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은 회사의 미래가 아닌 사주 일가의 향락을 위해 쓰였다. 사주 일가는 법인카드로 명예회장의 장례비를 치르고, 개인 소유 고급 스포츠카의 수리비를 대납시켰다. 심지어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사주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수십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며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빼돌리기도 했다.

◇ 국민 먹거리·생필품 업체, 비용 전가 아닌 상생을 고민해야


국세청은 이번 4차 세무조사에서 "안 살 수도 없어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생필품"을 정조준했다.

물가 안정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비용의 전가'가 아닌 '상생'을 고민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유통 단계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고통을 소비자와 분담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다시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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