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 성장을 멈추는 경제
민생의 불안과 고통이 크다. 지난 6월 현재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인 ‘구인배수’가 0.39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저다. 5월 기준 졸업 후 1년 이상 미취업 청년이 56만5000명에 이른다. 지난 9월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 물가가 2.1% 상승했다. 소비자의 체감물가인 생활물가는 2.5%나 올랐다. 1분기 기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도 건수는 전년 대비 34.2% 증가했다. 상반기 폐업신고는 40만 건으로 사상 최대다.
2. 중국에 밀린 첨단 산업
우리 경제는 1970년대 초부터 철강, 조선,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을 집중 육성해 1980년대 후반까지 연평균 1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중화학 공업은 경쟁력이 떨어져 퇴조하는 추세이나 아직도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우리 경제는 IT와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5% 내외의 성장률을 이어갔다. 2020년대에 들어서 이들 산업도 중국과 대만 등에 밀리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산업 대부분을 추월한 상태다. 최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철강, 이차전지, 통신장비, 기계 등 13개 주요 업종에서 반도체 빼고 12개 업종 모두 중국에 뒤졌다. 중국은 2015년부터 첨단기술 확보 전략으로 ‘중국제조 2025’를 추진했다. 최근 핵심기술 분야 10개 중 전기차, 드론, 5G 통신, 신소재, 태양광, 고속철도, 전력설비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중국에서 나왔다. 여기에 AI칩과 딥시크(Deep Seek)를 개발해 AI 분야에서도 미국과 앞을 다투고 있다.
3. MAGA의 공격과 국내 산업 공동화 위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표방하며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미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거의 무관세였던 한국상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이내 임을 감안하면 대미수출은 적자 위험이 크다.
이와 함께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중 현금투자가 2000억 달러다. 비록 연간 투자한도를 200억 달러로 정하기는 했으나 부담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매년 3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10년이나 지출해야 한다. 대미투자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기업들은 별도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은 투자가 없으면 경쟁력을 잃고 쓰러진다. 향후 대미투자에 본격화 할 경우 국내산업이 공동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4. ‘선(先)’ 구조개혁과 경기활성화 선순환
정부는 31조8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해 전국민 대상 소비쿠폰 제공, 지역화폐 지원, 소상공인 부채 탕감 등에 투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21조1000억 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필두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성장률을 높이는 주요 정책 수단으로 재정지출을 사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으로 금년 대비 8.1%나 증가했다.
정부의 추경편성과 소비쿠폰 제공은 미미한 경기활성화로 끝나고 있다.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0.1%포인트밖에 안 된다. 특히 문제는 국가부채 증가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1301조9000억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근본적으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기활성화 정책→생산과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과 GDP증가→소득과 소비 증가’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발전의 부진과 경쟁력 상실로 인해 재정만 풀면 모래밭에 물 붓기로 끝나는 구조다.
경제성장을 위해 신산업 발전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산업, 공공, 생활 전 분야 AI 도입을 위해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막연하게 기금 마련해서 AI 도입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K-기술 5년 계획’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해 AI는 물론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의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전 분야 AI 도입을 위해 데이터 센터, 전력공급 등 AI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첨단산업 인재육성과 직업훈련이 절실하다. 기업환경 개선이 불가피하다. 규제를 개혁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도 수정과 보완이 요구된다. 기업의 조세부담도 국제 수준에 맞춰 낮출 필요가 있다.
5. 주가지수 5000과 부동산시장 안정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포인트 시대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개선, 주주 이익 환원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출범 전 2,500선에 머물렀던 주가지수가 4,000선을 넘었다. 그러나 산업발전과 기업성장을 서둘러야 주가가 힘을 받아 실질적인 5000포인트 시대를 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상승은 단기적인 금융장세로 끝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6.27 대출억제와 9.7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10.15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거래규제 구역으로 묶는 강력 수요억제 정책이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정책은 시장을 통제하려다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흡사하다. 시장과 싸움에서 정부가 이기기는 어렵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공급확대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공공주도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매년 27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아직 실질적인 사업내용이 없다. 더구나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지역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신규 주택공급의 구체적인 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의 확대 등 시장이 기대하는 효과적인 공급대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이필상<고려대 명예교수>
-글 싣는 순서-
1. 2026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 전망
2. 진영 대립을 거부한 중민(中民)은 오늘날 어디에 있나?
3. 빚으로 숨쉬는 경제, ‘선(先) 구조개혁’으로 경쟁력 강화
4. 트럼프 시대,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실용과 원칙’ 스마트 생존 전략
5.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과제 및 전략
6. 기술 주권과 산업 안보
7. 중국식 피지컬 AI(具身智能) 전략과 K-제조의 길
8. 글로벌 산업 대전환기, 대한민국 산업의 대도약을 위한 제언
9. 2026년 AI 트렌드 전망–피지컬 AI와 인간의 일자리 재편
10. 2026년 건설 및 엔지니어링 산업 전망
11. 집값 잡는 주택정책의 결말은 풍선효과? 버블붕괴?
12. 한국사회 20대 담론, ‘인정과 존중’
13. AI 대전환기, 혁신과 포용의 ‘K-AI시티’
14. 기후위기 시대, 돌봄과 회복의 정원도시를 위하여
15. 2026 한국 문화예술의 미래, 10대 트렌드를 읽다
이미지 확대보기(전)고려대 총장·서울대 특임교수·미 컬럼비아대 초빙교수·유한재단 이사장. 저서 '금융경제학', '재무론', '투자론',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