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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상각비 줄었는데 장기연체채권은 급증… 카드사 건전성 ‘착시’ 우려

8개사 대손상각비 상반기 2조3165억 ‘1200억↓’
부실·연체 털어낸 듯 하지만…장기연체 채권 500억 늘어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전업 카드사들 재무제표상 대손상각비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장기 부실 채권은 오히려 가파르게 쌓여 장기간 돈을 갚지 못하는 부실 채권이 고착화되고 있다. 단순 비용 지표 감소만으로 카드업권의 부실 위험이 해소됐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25일 각 사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총 2조3165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4389억 원)보다 1200억 원가량 줄었다.

삼성카드가 4969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카드 4540억 원, 롯데카드 3168억 원, 현대카드 3163억 원, 국민카드 3134억 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는 각각 2450억 원, 1672억 원, 70억 원 순이었다.

대손상각비는 카드사가 대출을 취급한 뒤 연체가 늘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을 회계상 손실 처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카드사의 대손상각비는 고금리 장기화와 취약차주 부실화 여파로 인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연도별 상반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1~2022년 1조 원대이던 상각비는 2023년 2조51억 원, 2024년 2조2116억 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처럼 매년 수조 원대 부실을 공격적으로 털어내던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 상각 규모를 줄이자, 시장 일부에서는 건전성 관리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손상각비 감소가 곧바로 신규 부실 축소나 차주 상환 능력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비용 처리 방식의 변화나 상·매각 전략의 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의 만기별 흐름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6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1~3개월 단기 연체채권 액수는 총 1조532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678억 원)보다 감소했는데,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채권 액수는 같은 기간 3847억 원에서 4476억 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장기간 돈을 갚지 못하는 악성 부실 채권들이 시장에서 해소되지 못한 채 고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사후 관리 및 부실 채권 정리 속도가 실제 취약차주의 자금난 악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건전성 지표 관리 압박에 상·매각 규모나 채권 회전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착시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회수되지 못한 장기연체채권이 누적될 경우 향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으로 이어져 카드사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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