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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5% 붕괴…AI 자금조달 불안에 안전자산 귀환

10년물 17bp 넘게 급락해 4.972%…2023년 3월 이후 최대 하루 낙폭
기술주 매도·중동 긴장에 국채 매수 집중…유가 상승에도 채권 강세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전광판에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전광판에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인공지능(AI) 투자 부담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 5% 아래로 떨어졌다.

기술주 급락과 국제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벗어나 미국 국채를 매수하면서 3년 7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금리 하락이 나타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2일(이하 현지시각) 17bp(1bp=0.01%포인트) 넘게 하락한 4.972%를 기록하면서 지난 9월 23일 이후 처음으로 5%를 밑돌았다고 CNBC가 23일 보도했다.

10년물 국채금리의 하루 하락폭은 지난 2023년 3월 10일 이후 가장 컸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한 것은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대거 사들이면서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다른 만기의 국채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6bp 넘게 내린 4.659%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과 지정학적 위험에 영향을 받는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14bp 넘게 떨어져 5.296%를 나타냈다.

◇AI 기업 채권 발행 부담에 투자자들 국채로 이동


이번 미국 국채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는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자금 조달 부담이 꼽힌다.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지출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기술기업의 실적과 투자 전망이 높아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AI 관련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확대됐다.

투자전략업체 클라이언트퍼스트 스트래티지의 미치 골드버그 대표는 이번 채권시장 움직임을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버그 대표는 “투자자들이 AI 관련 기업들의 막대한 채권 발행 규모에 갑자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원리금 상환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업에 대한 투자 기대가 약화하면서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 운용사 캐털리스트펀드의 래리 홀젠탈러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미국 국채가 오랜만에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주 약세와 중동의 위험 고조, 유가 상승이 겹친 상황에서 미국 국채가 단기적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금리 5% 넘자 투자 매력 부각…채권시장 반전


미국 국채시장의 이번 움직임은 불과 몇 주 전과 대조적이다.

이달 초에는 물가 상승과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한 우려로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가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장기금리가 미국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서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높아진 국채금리가 채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진입 시점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CNBC는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이후 투자자들이 3%를 웃도는 물가 상승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국채에 투자할 만한 보상이 제공된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이 투자 매력을 높인 상황에서 주식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국채 매수세가 더욱 강해졌다.

AI 투자 열풍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이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중동 긴장·유가 급등에도 국채금리는 하락


국제유가의 급등도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22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39% 상승한 배럴당 99.47달러(약 13만1500원)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4% 급등한 배럴당 113.17달러(약 14만9600원)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되는 군사작전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격 재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국채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보다 지정학적 위험과 주식시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수하면서 유가 상승과 국채금리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엔비디아 "AI 수요 폭발적이지만 자본 부족"


AI 인프라 시장의 자금 조달 문제도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 CNBC와 인터뷰에서 AI 전문 클라우드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자본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전문 클라우드 사업자로,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구분해 '네오클라우드'라고 불린다.

AI 기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이를 충족하기 위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관련 기업들의 자본 확보 능력이 AI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연준 정책도 변수…고유가 지속 여부 주목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의 향후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우스스트리트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국 거시전략 책임자는 금융시장이 직면한 위험 요인이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여러 위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라넬로 책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이미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추가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할 수 있으며 이는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최근 AI 투자 부담과 중동 긴장으로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향후 금리 흐름은 유가와 인플레이션, 연준의 정책 판단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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