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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한은' 만든 이창용… "구조개혁 방향 제시" vs "통화정책 소통 과도"

한은 대내외 관심도 높이고 20일 퇴임식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 획기적으로 개선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신중해야" 비판 목소리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임기를 끝으로 한은을 떠난다.
이 총재는 과감한 소통을 통해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마치 절간 같다며 '한은사(寺)'로 불렸던 한은을 각종 사회 구조개혁 의제를 적극 제기하는 싱크탱크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초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어 대외적 위상도를 높이겠다는 공약은 지켜진 셈이다.

다만 이 총재의 파격적인 소통 행보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에만 묵묵히 매진하던 한은이 '외국인 돌봄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고물가 해소를 위한 농산물 수입 확대', '상위권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등에 목소리를 내면서 내외부의 강한 반발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중앙은행의 과도한 정보 제공이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은 별관 1층 강당에서 이 총재의 퇴임식이 열린다.
이 총재는 이날 퇴임식 일정을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4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한은을 떠난다. 2022년 4월 취임한 그는 역대 총재 중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총재로 꼽힌다.

이 총재 이전의 과거 한은 총재들은 전략적 모호함을 중앙은행 총재의 필수 덕목으로 여겼다. 시장을 통제하면서도 정책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시장에 최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취임 첫해부터 금리 경로에 대한 조건부 신호를 줬고, 이후에는 금통위원들이 열어둔 최종 금리 수준과 인원수를 공개해 시장의 해석 폭을 좁혔다. 또한 일부 금통위원의 반대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금리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점도표'를 도입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줄였다.

단순히 금리 결정에 대한 소통 방식만 바꾼 것은 아니다. 한은은 이 총재 재임 기간 동안 그의 주문에 따라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 남녀 임금격차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개혁이 시급하고, 한국은행이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었다.
다만 소통 강화로 한은 조직이 짊어질 부담은 점차 커졌다.

특히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노총과 외국인 노동자 인권 단체 등은 한은 본관 앞에서 "차별적이고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의 농식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며 이를 해소하려면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화 해소 방안으로 '상위권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한은 총재가 입시까지 신경 쓴다는 비판도 받았다.
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과도한 소통으로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총재가 스스로 전략적 모호성을 내려놓으면서 전쟁,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 등 경제 전망의 전제가 바뀌면 말을 바꿔야 했고, 오히려 과거 한은의 소통 방식이 낫다는 말도 나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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