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제적 피해 4170억달러…보험 보상은 37% 그쳐
美 캘리포니아 인수 중단·佛 할증 인상…보험 절벽 현실화
美 캘리포니아 인수 중단·佛 할증 인상…보험 절벽 현실화
이미지 확대보기3일 금융권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대형화·상시화되면서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인수 중단과 계약 갱신 거절이 확산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자연재해 위험과 글로벌 보험 절벽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4170억 달러(약 613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다. 같은 해 보험사가 부담한 손실은 1540억 달러(약 226조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보험으로 보상된 금액은 전체 피해의 37%에 그쳤다. 2627억 달러는 보상받지 못한 채 ‘보장 격차(Protection Gap)’로 남았다. 재난 피해가 커지는 속도를 보험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 재난의 빈발도 보험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유발하는 고액 재난이 연간 6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심각한 대류 폭풍(SCS)과 대형 산불 등 예측이 어려운 기상 현상이 주요 손실 원인으로 부상했다. 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고 손해율이 악화되며, 이는 자본 확충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보험 절벽(Insurance Cliff)’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월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약 400억 달러의 보험 손실이 발생한 이후, 주요 보험사들은 캘리포니아 내 주택보험 신규 인수를 중단하거나 기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조치를 확대했다. 일부 보험사는 드론 기반 원격 탐지 데이터를 활용해 주택 지붕 노후도와 주변 인화 물질 여부를 분석한 뒤, 고위험 주택에 대해서는 갱신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인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민간 보험시장에서 배제된 고위험 자산은 공적 보험 제도로 이동하는 추세다. 미국의 공적 보험 프로그램인 ‘FAIR Plan’의 총 위험노출액은 2025년 9월 기준 70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산불 고위험 지역의 가입 증가 속도는 저위험 지역보다 1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이 공공 부문으로 이전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역시 기후 리스크 확대에 대응해 제도 개편에 나섰다. 국가 재보험사가 자연재해 손실을 보증하는 ‘Cat Nat’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지반 수축·팽창(Shrink-Swell)’ 현상으로 인한 건축물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전체 개인 주택의 약 54%에 해당하는 1110만 가구가 지반 침하 중·고위험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2022년 한 해에만 관련 경제적 손실이 약 30억 유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정부는 2025년부터 자연재해 특별 할증률을 기존 12%에서 20%로 인상했다. 보험사들도 고정밀 지질 데이터를 활용해 고위험 지역 노후 주택에 대해 기초 보강 공사 완료를 인수 조건으로 반영하는 등 리스크 선별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지역에서 보험 인수가 중단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제한, 부동산 가치 하락,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에 보건·연금 등 공공 부문의 재정 부담까지 가중되면 장기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연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기후 리스크가 보험사의 전통적 위험 관리 범위를 넘어서는 양상”이라며 “자연 기반 해법을 활용한 방재 인프라 구축과 공공 재보험 기능 보강, 정부·민간·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대응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