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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고무줄 회계] 금감원, 손해율 기준 수술대…“IFRS17 착시 끝낸다”

IFRS17 이후 ‘낙관 손해율’ 관행, 실제 위험 반영으로 전환
유사담보·산업통계·100% 손해율…가정의 자의성 최소화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손해율 산정 방식을 개선한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손해율 산정 방식을 개선한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새 보험상품의 손해율을 실제 보험금 지급 수준에 맞추도록 기준을 바꾸면서 보험사 회계가 개편될 전망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경험 통계가 부족한 신규 담보의 손해율을 낮게 가정해 보험 부채를 줄이고 미래이익(CSM)을 늘려 회계상 이익을 부풀리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 이후 유지해온 ‘고무줄 보험회계’가 내년부터 사실상 막을 내릴 전망이다.

2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유사담보·산업통계를 우선 적용하고, 통계가 없을 경우 손해율 100%를 적용하는 기준을 검토 중이며, 손해율 80·90·100% 구간에 따른 영향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들은 경험 통계가 부족한 신규 담보의 손해율을 65% 수준으로 낮게 가정해 보험 부채를 줄이고 미래이익(CSM)을 늘리는 방식으로 회계상 이익을 키워왔다.
이러한 가정은 이익을 최대 35%까지 반영하는 효과가 있었고, 건강보험 상품에서는 출혈 경쟁까지 불러왔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지출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결국 미래 보험금 지급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보험사들의 순이익도 낙관적인 손해율 가정에 발목이 잡혔다. 손해율 악화, CSM 조정, 신계약 둔화가 동시에 발생한 결과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생명·현대해상·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에서 예실차(예상손해율과 실적손해율의 차이) 손실이 2000억 원을 넘었고, 실적손해율은 대부분 9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보수적 가정을 유지한 메리츠화재만 유일하게 플러스 예실차를 냈다.

당국은 회계상 이익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손해율을 정확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마음대로 손해율 가정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고, 실제 지급 경험을 기반으로 한 손해율이 회계상 반영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담보 손해율 산정 시 기존처럼 ‘예상손해율을 임의로 낮게 가정’하는 방식이 차단되고 △과거 유사담보의 실제 손해율 △산업통계(보험개발원 통계) △통계 부재 시 손해율 100% 적용 등 공통 기준이 강제되는 구조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중소형사는 유사담보가 없어 손해율 100%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상품 출시 위축을 우려하고, 일부 보험사는 유사담보 손해율을 허용하면 다시 낮은 손해율을 가져다 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과도한 영업 경쟁 대신 손해율 중심 경영체계가 정착되면 오히려 산업 전체의 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당국은 내년 상반기 손해율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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