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삼성 이어 DB손보까지…미국 현지 법인 M&A
투자·합작 중심 해외 전략, ‘보험 본업 인수’ 진화
내수 포화·저성장 돌파 위해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
투자·합작 중심 해외 전략, ‘보험 본업 인수’ 진화
내수 포화·저성장 돌파 위해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

단순히 ‘보험상품 판매 지역을 확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고려한 장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9월 미국 특수보험사 포르테그라(Fortegra)를 약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미국 현지 보험사를 경영권 인수 방식으로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전략이 기존 ‘투자’ 중심에서 ‘영업 본업 확장’ 단계로 한층 진화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특히 포르테그라는 보증보험·특수보험·크레딧보험 등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중견 보험그룹으로, DB손보가 단순히 해외 진출을 넘어 수익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한화생명도 지난해 미국 증권결제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Velocity Clearing)을 인수하며 북미 자본시장 인프라 영역에 본격 진입했다.
보험영업 외에도 자산운용과 증권결제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시장은 아니지만 삼성생명도 영국 사모신용 운용사 헤이핀 캐피털 매니지먼트(Hayfin Capital Management) 지분을 확보하며 대체투자와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확대했다. 장기 운용 자산 확보가 중요한 생명보험사의 특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험료 수입 외에 투자수익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배경에는 국내 시장 포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신규 계약 증가가 둔화되고, 금리 변동성으로 보험사들의 투자수익률까지 하락하면서 기존 내수 기반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보험료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특수보험·보증보험·재보험 등 고수익 영역이 발달한 지역이다. 선진 보험사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국내 보험사들의 진출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저출산·고령화로 신규 계약이 정체되고, 금리·투자 환경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