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규제에 채권 발행도 막히고 IFRS 족쇄
대형 M&A ‘전무’…대부분 ‘소규모 진출’ 그쳐
성장성 높은 해외시장 진출↑…규제완화 시급
대형 M&A ‘전무’…대부분 ‘소규모 진출’ 그쳐
성장성 높은 해외시장 진출↑…규제완화 시급

30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주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자금 조달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국내에서는 채권 발행을 통한 투자 자금 확보가 ‘재무건전성 확보’ 또는 ‘유동성 유지’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돼 있어, 인수·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제한적이다.
반면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보험사가 해외 진출 목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발목을 잡는다. 투자 자산에 대해 별도의 요구자본을 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산별 투자 한도까지 설정해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2년에 자산별 투자 비율 규제를 폐지했다.
회계제도도 부담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재무제표 기준 충족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적기시정조치(RCA) 우려 때문에 자본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인수에 쓸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본은 IFRS17 적용이 아직 의무화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제도적 장벽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본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현지화 전략 못지않게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채권 발행 목적 완화, 투자 한도 규제 폐지, IFRS17의 유연한 적용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보험사는 결국 ‘소규모 투자’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보험사 6곳이 운영하는 16개 해외 법인의 순이익은 총 674억2,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538억5,800만 원)보다 25.2% 늘었다. 내수 시장이 보험가입률 99%를 넘어 정체 국면에 들어선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보험사별 주요 해외 성과를 보면, 삼성화재는 상반기 해외 법인에서 24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특히 싱가포르 재보험 법인의 이익이 71억 원에서 13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DB손해보험의 베트남 법인 역시 39억 원대의 흑자를 기록했고, KB손보도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법인에서 전년 대비 12% 증가한 3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화생명도 해외에서 실적을 키우고 있다. 외국 법인 3곳에서 352억9,100만 원의 반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290억8,700만 원) 대비 약 21% 성장했다. 다만 성장성이 확인된 것과 별개로, 본격적인 해외 확장 속도는 아직 더디다. 최근 DB손보의 포르테그라 인수가 주목받는 이유도 국내 보험사들의 대형 M&A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2020~2025년 국내 보험사가 집행한 해외 투자액은 2조 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일본 보험사의 해외 기업 투자 규모가 30조6,000억 원에 달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의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자금 차입 목적 제한을 완화하거나 자금 조달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비보험업 해외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 수익 기반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