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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500억달러 요구에 외환보유고 부족 논쟁 재점화

정부 안전장치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美에 요구
美 비기축통화국과 평시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사례 없어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하 조건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113억 달러)의 85%인 3500억 달러(약 480조 원)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국가 경제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의 부족 논란이 커지고 있다.

55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한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1조3240억 달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경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지만 미국이 비기축통화국과 평시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실정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전월(4113억3000만 달러) 대비 49억5000만 달러 증가한 4162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요구하는 투자액은 약 84.1%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미국의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비기축통화국과 평시에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현실성이 없고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 발 물러서 투자액을 줄여준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이를 감당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5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약속한 일본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의 외화 곳간은 일본 뿐만 아니라 경제 규모가 작은 대만보다도 곳간이 작다.

일본의 투자액 55000억 달러는 한국보다 무려 2000억 달러가 많지만 일본의 외환보유액(1조3242억 달러)의 약 41.5% 수준으로 절반을 넘지 않는다.
이에 이 같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외화 곳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은 23%로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77%)을 비롯해 스위스(124%), 홍콩(116%) 등과 비교해 한참 낮다.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2021년 10월(4692억1000만 달러)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추세적으로 우하향하면서 4100억 달러선도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이에 세계 순위도 2002년 4위까지 올랐지만 지난 3월 2000년 관련 순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위로 추락한 뒤 7월까지 5개월째 10위에 머물고 있다. 7월 기준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5979억 달러로 한국(4113억 달러) 보다 1866억 달러나 많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만큼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MF는 2023년 7월부터 신흥국에 적용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표(ARA)'를 한국에는 더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선진국과 같은 '스트레스 테스트' 방식의 정성평가를 도입했다. 정성평가 도입 이전 3년간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해당 지표를 하회했으나 정성평가를 도입으로 획일적인 보유액 적정성 기준은 사라진 셈이다.

다만 과거 IMF가 제시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도 아르헨티나가 외환위기를 맞은 전례가 있는 만큼 다소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BIS는 3개월치 경상수입액,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 1을 합한 액수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 권고 규모는 7000억달러가 훌쩍 넘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2018년 3월 외환보유액은 617억3000만 달러로 IMF가 권고하는 적정외환보유액 규모 652억3000만 달러에 근접했지만 두 달 뒤인 그 해 5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면서 "한은과 정부는 BIS의 권고 기준을 반영해 최소 9200억 달러까지 외환보유고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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