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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정상, 한국에서 역사적 재회…트럼프 '거래 외교'로 세계질서 재편 신호

시진핑과 6주 후 APEC서 만남 합의…틱톡 2조8000억 원 매각으로 새로운 패권 게임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에 악수하고 있다. 뉴욕 주식 시장은 19일 두 정상 전화통화에서 확인된 해빙 모드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에 악수하고 있다. 뉴욕 주식 시장은 19일 두 정상 전화통화에서 확인된 해빙 모드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기존 가치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거래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현지시각) 6주 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남에 합의한 것은 단순한 양자 회담을 넘어 글로벌 패권 구도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양국 정상의 2시간 전화통화를 보도하면서 "트럼프가 자신을 거래꾼으로 여기며 대면 외교의 위용을 즐기면서 두 번째 임기에 미국의 세계 구실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시진핑 역시 자신을 글로벌 정치인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지도자 간의 관계가 수십 년간 글로벌 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틱톡 28000억 원 매각 합의…새로운 패권 게임의 신호탄


이번 통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 해결이다. 양국은 지난달 14일부터 이틀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기본 합의에 이른 것을 정상 차원에서 최종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승인에 감사한다"며 합의 사실을 확인했고, 시 주석은 "기업이 시장 규칙에 맞는 바탕에서 상업 협상을 잘 하고, 중국 법률과 규칙에 맞으며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해결 방안에 이른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틱톡 미국 내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거래 규모는 15~20억 달러(2~279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틱톡은 매우 강력하고 실질적인 미국인들에 의해 통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틱톡 합의는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한 대로 "공유 가치와 원칙 선언보다 거래 중심 협상을 앞세우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의 첫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4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제정한 틱톡 금지법을 정치적 거래로 우회한 것이다.

경제 무기화로 맞서는 중국…새로운 패권 경쟁 도구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며 새로운 형태의 패권 경쟁 도구들을 동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최근 몇 달간 기술, 농업, 핵심 공급망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워싱턴과의 대결에서 거칠게 맞설 의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125%의 보복 관세와 함께 다층적 반격에 나섰다. 먼저 희토류 수출을 4월부터 전면 중단해 미국의 군사 드론, 소비자 전자제품, 암 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을 차단했다. 6월 런던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절차 신속화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중국 구매자들이 지난 몇 달간 미국산 대두 신규 주문을 중단하면서 미국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대두협회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 구매를 우선 고려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여러 중국 기업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자,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정책에 대한 반차별 조사와 미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동시에 시작했다. 마드리드 협상 진행 중에는 미국 반도체 거대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새로운 세계질서 속 한국의 기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협상은 하되 압박에는 강하게 맞서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선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은 '협상할 뜻도 있고 거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나 제재로 우리를 압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고, 그 보복은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원칙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미중 갈등 구조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378억 달러(1927800억 원)로 전체 수출의 22.8%를 차지했고, 대미 수출은 1142억 달러(1597600억 원)18.9%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에도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한국 제품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무역 정책 변화가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경제에 구조 변화를 가져왔다""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미중 정상 만남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 역시 한반도가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 정상은 또한 2026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미국 방문도 합의해 상호 방문을 통한 새로운 외교 질서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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