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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HD현대중공업, 미국 조선소 인수로 2035년까지 매년 22억 달러 매출 목표

트럼프 조선업 재건 정책 활용해 미 해군 시장 진출…인력 부족·비자 문제가 과제
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세계 최대 조선소 HD현대중공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재건 정책에 맞춰 미국 조선소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 18(현지시각) HD현대중공업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되살리기)' 전략으로 미국 해군 시장에 진출해 2035년까지 해마다 22억 달러(3조 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고 전했다.

미국 조선업 위기 속 한국의 기회


미국 조선업 현실은 심각하다. 2차 세계대전 때 세계 최고 생산 능력을 자랑했던 미국 조선소의 지금 세계 시장 몫은 0.04%에 그친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전 세계 상업용 조선의 83%를 맡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정우만 HD현대 해군 및 특수함 부문 기획관리책임자는 울산 본사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해군 능력 격차가 확대되고 군함 건조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불가피하게 조선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당장 배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맹국이 이미 쌓아놓은 기반과 기술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에서 가동하는 주요 조선소로는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이 지난해 사들인 필라델피아 조선소,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서해안에서 운영하는 종합 조선소, 미 해군의 큰 공급업체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 등이 있다.

1500억 달러 투자 약속과 기술력 입증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4859700억 원) 투자 자금 가운데 1500억 달러(2082700억 원)를 미국 조선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HD현대는 지난달 말 미포 조선소를 활용해 군함 사업을 키우고 한미조선 사업을 이끌려고 계열사 HD현대미포와 합치기로 밝혔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이를 허가했다.

한국 조선업 기술력은 이미 증명됐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 조선소에서 2026년 말까지 한국 해군에 넘겨줄 8200미터급 이지스 구축함을 물에 띄웠다. 이 배는 18개월 만에 완성했고, 록히드 마틴 등 미국 기업 기술을 써서 "한미 협력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책임자는 이 기간이 미국 비슷한 기업이 걸리는 시간의 3분의 2도 안 된다고 했다.
HD현대는 미국 조선소 인수 대상으로 올해 손잡은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와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조선소 5곳 가운데 한 곳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에서 미 해군 주문 이지스 구축함과 대형 상륙함, 대형 경비함을 모두 만든다.

인력 부족·비자 문제가 걸림돌


하지만 협력 과정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먼저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정 책임자는 "많은 미국 조선소 일꾼들이 1년 안에 그만둔다"며 숙련된 인력 부족을 꼬집었다. HD현대가 생산성을 높이려고 미국 일꾼들을 가르치는 데는 3년에서 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비자 정책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일꾼이 체포된 사건 뒤로, 한국인 교육담당자들에게 더 나은 비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률 제약도 중요한 과제다. 1920년 미국 상선법(존스법)은 국내 운송을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 국적을 보장한 배로 제한하고, 번즈-톨프레스 수정안은 외국 조선소가 해군 함정을 만드는 것을 금지한다.

정 책임자는 "언젠가 미국에 제조 기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장기 협력 의지를 밝혔다. 미국 의회가 외국 기업들이 미국을 위해 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법 개정을 고려한다고 전했으나,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 조선소에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보다 훨씬 싼 값에 좋은 품질의 배를 만들 수 있어서"라며 "한국은 조선 기반과 협력업체, 부품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어 미국도 효율성을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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