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가산금리 하향시 대출쏠림
이자이익 손해 우려에…'눈치싸움' 예상되는데
당국 "가산금리 추이 면밀히 점검하라" 주문에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내릴 듯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대출금리 하향세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은이 올 한해 금리 인하기를 예고한 데다 당국, 재계의 가산금리 정상화 주문도 나오는 터라 대출금리 인하 기조가 ‘역주행’하진 않을 전망이다.이자이익 손해 우려에…'눈치싸움' 예상되는데
당국 "가산금리 추이 면밀히 점검하라" 주문에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내릴 듯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정상 수준을 웃도는 환율과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1월 기준금리는 인하와 동결 가능성이 팽팽히 맞섰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다가 같은 해 11월 연 3.5%에서 0.25%포인트(p)를 인하, 12월 0.25%p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불거진 미국과 한국의 정치 리스크와 국내 내수 약진으로 3차례 연속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은행권도 금리 인하 기조를 받아들이고 대출금리에 산입되는 가산금리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동결 결정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도 더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로 조정된 시장금리에 은행이 정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고객에 제공되는 우대금리를 뺀 값으로 결정된다.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니 시장금리 움직임도 적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추면 대출 쏠림이 우려될뿐더러 은행의 이자 이익 창출에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은행권은 올해도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켜야 하므로 지나친 대출 수요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국은 목표치를 어긴 은행에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는 등 페널티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당초 목표 합계 증가액(9억3569억원)보다 4조원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될 텐데, 대체로 은행권은 너무 높거나 낮은 대출금리가 형성되지 않도록 가산금리 등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기조는 더디더라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압박을 주문받은 은행들이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가산금리를 올려왔는데, 이제는 시장이 금리 인하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선을 우회하라는 취지로 당부받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은행권의 가산금리 동태를 살필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가계·기업이 종전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며 “연초 수립된 금융사 대출 운용 계획을 종합 점검해 금융권의 자금이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지원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계도 뜻을 함께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기준금리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가산금리로 인해 부담이 더 커진 중기와 자영업자를 살려내기 위한 대출금리 인하 조치를 촉구한다”며 “은행만 배 불리는 일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는 높이는 식으로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p 내렸고, SC제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우대금리를 0.1%p 올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5년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09%p 인하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