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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 계란’ 논란…정부는 담합, 농가는 생산난 탓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란 산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소비자 가격도 4년 만에 7000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까지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최근 발간한 ‘농업관측 6월호’에서 이달 계란 산지 가격이 특란 10개 기준 1850~1950원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18.5% 높은 수준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년 평균인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9.9~15.8% 높다.

계절적 특성을 반영해 7~8월에는 산지 가격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8월 기준 산지 가격이 1750~1,50원 수준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2~14.4%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산지 가격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전년 수준과 비슷했다. 하지만 4월과 5월 들어 각각 10.2%, 12.2% 상승하며 1838원까지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 판(30개)에 평균 7026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평년 대비 4.2% 높은 수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상승의 배경을 두고는 농가와 정부 간 입장차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농가 측은 산란계 고령화, 전염병 확산, 제도 변화로 인한 공급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 3월 말부터 환절기 영향을 받아 다수 농가에서 전염성 기관지염(IB) 등 질병이 발생하면서 산란율이 떨어졌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4~6%가량 계란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공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축산법 개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은 산란계 사육 면적 기준을 기존 0.05㎡에서 0.075㎡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농가는 기준 유예를 받기 위해 병아리를 조기 입식했으며 최근 5개월간 병아리 입식 수는 월평균 대비 10만 마리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병아리 수급 불균형이 생기고 산란계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미국 수출 증가, 동물복지형 사육환경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등도 산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정부는 현재 계란 가격이 실제 시장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계란 생산 및 유통 현장 점검을 이어오고 있으며 가격 인상 배경으로 수급 불균형보다는 유통 구조상의 문제에 더 주목했다.

정부는 대한산란계협회의 기준가격 고시제도가 가격 왜곡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도매상과 농가 간 거래 시 기준이 되는 최저 가격을 정하는데, 3월 이후 이 기준가격을 약 30%가량 올렸다. 정부는 이 조치가 실수요보다 담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부 농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 논리를 내놓았다. 예컨대 AI로 인해 살처분된 산란계는 490만 마리 수준으로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수출 역시 전체 생산량의 1%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육환경 개선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에 대해서도,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고 정부가 재정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60억 원이던 사육환경 개선 예산을 올해 360억 원까지 확대했다. 더불어 케이지 단수 규제를 기존 9단에서 12단까지 완화한 점도 언급하며 시설 개선에 따른 부담은 비교적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계란 산지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생산 차질보다는 시장 내 담합 구조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경 대한산란계협회와의 첫 공식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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