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좀 바꿔 보는 게 어떨까요? 자식 잘 못 키운 죄로 치면 그 부모는 얼굴 들고 못 다닙니다. 그러나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게 사실입니다. 굳이 못하는 것, 안 되는 것만 알리는 것으로 학교와 학부모 사이를 벌려 놓아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 학교생활 중에 정말로 잘한 일, 칭찬 들을 일이 그렇게도 없는 걸까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지각(학교 자체 기준)을 안한 날은 없을까요? 그 많은 시간 중에 바르게 수업을 들은 시간은 없을까요? 어느 선생님께든 예쁘게 인사한 경우는 없을까요? 어느 날은 기분이 좋아서 청소 한 번 제대로 한 날은 없을까요? 하다못해 친구와 잘 지낸 순간은 없을까요? 철없는 아이의 자발적인 모습이 아니라면 선생님의 지혜로 만들어진 잘한 일은 없는 걸까요? 아이의 못한 일보다 잘한 일을 관찰해 주면 안 되는 걸까요? 어쩌면 기분 좋게 심부름을 시켜보고 그 행동에 대해 폭풍처럼 칭찬해 줄 수는 없을까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수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업이라도 국, 영, 수만 있는 것도 아니지요. 체육이든 음악이든 어느 과목이든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한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수업 외에 동아리나 자치 활동도 있습니다. 급식소에서 밥을 잘 먹을 수도 있듯이 수많은 시간들 중 어느 하나는 칭찬 거리가 있을 겁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교사라면, 그 중에 하나 만이라도 ‘발견’하여 칭찬의 메시지를 보내 주면 안 될까요?
며칠 전, 양산의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간부수련회를 통해 아이들이 바라는 학교 비전 세우기를 해 보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먼저 불친절, 더러움, 꼴통, 수면, 일방통행, 통보, 재미없는 수업, 형식제일주의, 벌점폭탄, 욕설, 담배, 무관심, 노답(답이 없음), 무개념, 강제야자, 보충 등 현재 학교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거침없이 제시했습니다. 이어서 아이들은 희망, 꿈, 즐겁고 신나는 수업, 의리, 예체능 활성화, 동아리 활동보장, 금연, 청결, 끼, 우정, 사랑, 행복, 상담 등을 학교의 비전으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과연 이 학교 학생들만의 생각일까요? 이 키워드 속에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과 해법이 담겨 있지 않을까요?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배경환 교감선생님은 “아이들이 제시한 문제와 비전이 이 시대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 문제를 진단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웠습니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교감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아이들에게 배우는 교감이 되겠습니다.”라며 그때의 감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아이이다.” 이 말은 최초로 ‘어린이’를 ‘발견’한 서양 교육사상가 루소의 말입니다. “아이는 성인이 아니다. 동물도 아니다. 교사가 교육의 주인이 아니고 아이가 교육의 주인이다. 그런 아이에게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흥미와 호기심에 따른 교육을 제공하라. 이를 통해 아동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참된 교육이다.” 이 또한 루소의 생각입니다. 당연한,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지금 학교에 불고 있는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교사들은 점차 사면초가에 처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주체는 교사만이 아닙니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주체입니다. 또한 교사나 학부모는 어른입니다. 소수의 아이들이 교사를 힘들게 하고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아이들이 어른들 위에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좀 더 사랑받고, 더 많이 존중받고, 조금이라도 즐겁게 생활하고 싶어 합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하미정 창원과학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