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현재 많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고 환자를 지치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러한 당뇨병을 한 번에 치료하려는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당뇨병은 유병률(이환된 사람의 비율)이 높은 질환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은 아니다.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에서 유병률이 더 많이 발생하며 사망 원인으로 보면 암이 가장 높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면 폐렴이 월등하게 높은데 그 이유는 거의 모든 병상에서 폐렴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의 양×유병률'로 충격 정도(impact)를 측정한다면 당뇨병이 최상위권에 있을 법하다. 성인병(생활습관 질환: 고혈압 등 심혈관 관련 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중 심혈관 질환은 유병률 빈도가 더 높지만 당뇨병은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환자의 체감 증상이 별로 없다가도 갑작스럽게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졸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다른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당뇨의 합병증으로는 뇌졸중을 비롯해 실명의 원인이 되는 당뇨망막 병증,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심근경색과 협심증, 만성 신부전증, 다리의 말초신경과 혈관 손상으로 발이 괴사하는 당뇨족 등이 있다.
당뇨병의 부작용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심해질수록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 부작용, 만성 신부전증, 뇌졸중, 대사 이상 등 생명에 관련된 치명적인 부작용의 확률이 커진다.
당뇨병의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족은 발생 증가에 따라 사망 위험도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발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고 특히 혈관이 많이 줄어드는 발에서는 가장 심한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치료 방법 중 하나는 자가 성체 줄기세포를 상처 주변에 국소 주사를 하는 것이다. 충분한 양의 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정맥 투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접근이 가능하다면 상처 부위를 담당하는 동맥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상처 주변의 넓은 영역에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뇨족은 다른 부작용과 마찬가지로 미세 혈관의 퇴행으로 시작해 미세 신경의 문제와 이로 인한 좀 더 큰 혈관의 퇴행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줄기세포가 미세 혈관에 도달하기 전에 소진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뇨 부작용의 치료를 위해선 상당한 양의 줄기세포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당뇨 치료에 투입되는 줄기세포는 미리 저산소 전처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저산소 상황에서는 세포가 빨리 분열하고 혈관내피 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를 임상에서 이용하면 혈관 생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투입 시 상태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슐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전신 치료를 통해 당뇨족을 완화시킨다면 심각한 부작용의 확률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 수치보다는 당뇨족 개선에 더 큰 중점을 두어 줄기세포 정맥 주사를 권장하고 있다.
당뇨족의 원인은 하지의 혈관이 혈류 공급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 치료가 더욱 어렵다. 또한 근육의 양이 적어 동맥이 가느다란 경우도 마찬가지다.
긴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하지 동맥경화와 유사하게 혈관 우회술이나 영상 중재 시술을 시행하지만, 당뇨로 인한 혈관 문제는 이미 발생한 다른 혈관 질환으로 인해 시도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당뇨족을 앓고 있는 환자는 뇌나 심장 혈관의 문제도 동반되기 쉬워 외과적 시술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 절단의 85%가 당뇨병 환자로 당뇨병은 하지 절단의 확률을 15배 증가시킨다.
하지 절단이 필요한 이유는 치유가 어려운 상처가 광범위한 조직 괴사를 야기하며 이로 인해 전신에 세균이 퍼져 사망에 이르는 패혈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뇨족은 줄기세포 치료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문제는 줄기세포 치료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비용이 높은 탓에 쉽게 시도하기 어렵고 타인의 세포를 사용한다면 또 다른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자가세포의 배양이 필요해 비용이 더욱 상승한다.
당뇨를 좀 더 근본적으로 분석한다면 말초신경염이 대표적이다. 발생 단계와 조직 재생 과정을 보면 문제가 있는 조직에서 혈관이 새로 생성되고 그 후 신경이 점점 혈관을 따라 자라나기 때문에 신경염의 원인은 모세혈관에 있을 수 있다.
조직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혈관에 먼저 문제가 발생하고 그다음에 신경도 퇴화한다. 이와 같이 재생의 관점에서 보면 당뇨 합병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경염은 말초 혈관의 재생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미세 혈관이 퇴화되면서 신경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혈관 퇴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뇨병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인슐린을 잘 분비하도록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췌장의 베타섬 세포(beta islet cells of pancreas)를 되살린다면 원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당화혈색소(HbA1c), C-펩타이드수치, 공복 혈장 포도당(FPG) 및 인슐린 요구량 등 인슐린 공급 효과가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 연구에서는 베타섬 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이 자가면역의 항진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줄기세포로 면역을 정상화하면 베타섬 세포의 면역작용으로 인해 면역 관련 수치들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22명의 환자에게 중간엽 줄기세포를 정맥 및 비장동맥을 통해 주입한 결과 예상대로 수치가 낮아졌고 부작용 또한 없었다. 그러나 하나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이를 따라하려는 의사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비만은 당뇨병의 발병을 촉진하기도 하고 당뇨가 비만을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가 비만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자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투여해 C-펩타이드와 같은 모든 당뇨 수치가 개선됐으며 10명 중 6명이 대조군에 비해 체중도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동종의 제대혈을 정맥으로 투입하여 유효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식적으로 등록된 실험 대상자는 1형 당뇨 약 120명, 2형 당뇨 약 80명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나 각 임상시험의 표본 수가 적은 편이고 연구 기간이 수년 이내로 짧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의 연구는 이중 맹검(임상시험에서 연구자와 참가자 모두 실험군과 대조군 정보를 알 수 없게 해 연구 편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의 원칙을 준수하며 시행되었지만 수치 개선이 명확하지 않았다. 또한 외부 인슐린 투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잘 치료된 몇몇 환자의 경우에도 3년 정도 지나면서 서서히 재발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역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섬 세포의 복구 없이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임상 시도가 적은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몸무게 1㎏당 100만 개로 60㎏의 환자에게 6000만 개의 세포를 수차례 투여했다.
각 환자에게 수천만 개의 세포를 여러 차례 주입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의사로서는 이를 시도하려는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세포의 배양 기간 중 계대(세포의 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배양 환경으로 옮기는 과정)를 여러 번 거친 세포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배양 방식을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어 비교하기는 아직 어렵다.
세포의 특성은 주변 근육에 놓거나 국소주사, 정맥투여 등 주사 방법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 같지만 아직 지침을 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 앞으로 많은 임상 시도가 필요하다.
재조합 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인 베카플러민(becaplermin)은 FDA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성 궤양 치료용으로 승인한 유일한 약물이다. 이는 내인성 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PDGF)와 유사한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상처 복구에 관여하는 세포의 반응성 동원 개선, 세포 증식 및 혈관신생 촉진, 육아 조직 형성 강화 등이 포함되는데 모두 기본적 재생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인자의 정맥투여는 신체의 악성 종양을 자극할 수 있어 다양한 문제를 수반한다. 줄기세포가 필요한 곳에서 수십 종의 성장 인자를 분비하도록 하는 것과 이 성장 인자를 한 가지만 모방하여 투여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모든 성장 인자를 직접 투여하는 시도는 여간 용감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수혈을 통해 입증된 타인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타인 세포의 적합성은 사람마다 달라 운이 좋지 않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을 이용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적정량에 관한 자료는 부족하다. 당뇨를 줄기세포로 치료할 때 인슐린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는 당뇨 자체보다 그 부작용에 대한 치료에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재생능력이 저하되는 노화와도 같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당뇨와 부작용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효과와 기전을 알 수 있는 당뇨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당뇨 전체는 아니더라도 당뇨병증 중 하나인 당뇨족에 대해 보건당국에서 긍정적 입장을 갖고 의사들이 신속하게 적용하길 바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