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직종까지 AI 역량 요구...기업마다 다른 기준에 취준생 혼란
기업 40.7%, 채용에 AI 도입...비전공자도 AI 역량 필수 시대
기업 40.7%, 채용에 AI 도입...비전공자도 AI 역량 필수 시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링크드인에서 AI 관련 기술을 언급한 채용공고가 지난해 대비 거의 3배 증가했으며, 구직정보 사이트 인디드(Indeed)는 AI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공고 비율이 지난 2년간 1.7%에서 2.9%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 'AI 활용 능력' 기준 없어 구직자들 당황
보도에 따르면 채용시장에서 AI 역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구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직 프로젝트 매니저 테일러 터커(30)는 디즈니 시니어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채용 공고에서 "생성형 AI 역량과 한계 이해, 잠재 활용 방안 식별 능력"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지원했다가 리크루터로부터 "AI 경험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당황했다고 전했다.
터커는 자신의 이벤트 사업 예산 편성, 브랜드 메시징, 마케팅 캠페인 아이디어 도출, 이력서 작성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었지만, 리크루터는 구체적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직정보 업체 인디드 AI 담당 부사장 한나 칼훈(Hannah Calhoon)은 "안타깝게도 AI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에 보편적 기준은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 AI 기술을 찾는 고용주들이 가속화되어 AI 취급 역량을 갖춘 구직자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마다 다른 AI 역량 기준 적용
워크플로우 자동화 플랫폼 재피어(Zapier) 웨이드 포스터(Wade Foster)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에게 AI 역량은 최소 기준이다. 고용되려면 최소한 그 수준은 돼야 한다"며 모든 신규 채용에서 AI를 필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터는 기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지원, 마케팅 등 역할별로 직원을 AI "역량", "적응", "변화" 단계로 분류하는 차트를 작성해 엑스(X)에 게시했다. 이 차트를 보면 AI로 소셜미디어 게시물 초안을 작성하고 손으로 편집하는 마케팅 직원은 '역량' 수준이지만, 특정 고객 그룹을 위한 브랜드 캠페인을 만들 수 있는 AI 챗봇을 구축하는 직원은 '변화' 수준으로 분류된다.
링크드인에서 AI 기술이 포함된 채용공고를 찾아보면 카피라이터와 콘텐츠 제작자,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 어시스턴트, 마케팅과 사업개발 담당자 등 다양한 직무에서 나타난다. T모바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윙스톱, 룸스투고, 스트라이프 등 여러 기업에서 AI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틴에 본사를 둔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에버리웰(Everlywell)은 최근 사업개발 부사장 채용에서 지원자가 AI를 활용해 고객을 파악하고, 고객 혜택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식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AI로 업무를 바꾼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고 해가 끝날 때까지 직원들의 AI 사용을 평가할 계획이다.
에버리웰 창립자 겸 CEO 줄리아 치크(Julia Cheek)는 "우리는 많은 채용공고에 AI 기술을 추가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이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역할을 보강하는 방법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치크는 소셜미디어 매니저 지원자가 개인 계정에서 캔바나 포토샵의 AI 도구로 밈을 만든 경험을 언급하면서 AI가 어떻게 업무 콘텐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지 설명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객관계관리 플랫폼 허브스팟(HubSpot) 최고인사책임자 헬렌 러셀(Helen Russell)은 지원자들에게 AI에 대한 개방성과 활용 경험을 묻는 질문을 정기로 한다고 밝혔다.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채용 공고에서는 성공한 직원이 팀을 발전시키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통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 한국기업들도 AI 채용 도구 활용 급증
국내에서도 AI 활용 채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매출액 500대 기업 상반기 채용 동향 인식 조사'를 보면, 신규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을 고려 중인 기업 비중은 40.7%로 지난해 상반기 25.4%보다 15.3%포인트 늘었다.
이 중 AI를 활용 중인 기업은 22.0%, AI 활용을 고려 중인 기업은 18.7%였다. 채용 전형 단계별로는 서류전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답변이 62.3%로 가장 높았고, 실무면접 및 토론 단계 29.5%, 임원면접 8.2% 순이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 '2024 글로벌 학습 및 기술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기술은 챗GPT였으며, 지난해에만 유데미에서 320만 건 이상의 생성형 AI 관련 강좌가 등록됐다. 이는 다른 모든 강좌 중 가장 높은 등록 건수다.
유데미 강사 및 콘텐츠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 스콧 로저스(Scott Rogers)는 "기술력과 경험을 중시하는 애플, 구글, IBM 같은 기업이 업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려고 경쟁하면서 고용 시장은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학습 의지와 적응력이 핵심"
일부 기업들은 AI 경험이 없다고 해서 지원자를 자동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 글로벌 인재 유치 그룹 공동 책임자 블레어 치실(Blair Ciesil)은 "AI 기술을 플러스 요소로 보고 있으며 지원자가 돋보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실은 "적응력과 학습 마인드셋과 관련된 자질이 더 중요하다.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설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킨지는 최근 채용공고에서 "AI나 자동화 지식"을 언급했지만, 기술과 활용 분야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열린 표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Y 아메리카 인재 담당 부회장 지니 칼리어(Ginnie Carlier)는 "AI는 곧 대부분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팀원이 될 것"이라며 채용공고에 "AI 신흥 응용 분야 친숙함"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컨설턴트는 AI를 사용해 사고 리더십을 위한 연구를 하거나 최신 개발 동향을 파악하거나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프레젠테이션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칼리어는 "'친숙함'을 그들이 편안하게 느낀다는 의미로 본다. 학습하고 실험하며 성공을 향해 전진하면서 실패하는 것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링크드인 아메리카 지역 경제 책임자 코리 칸텡가(Kory Kantenga)는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AI를 자신들의 사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일부는 직원들이 그 방법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칸텡가는 "아직 정의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직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