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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할머니' 윤여정,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아" NBC 인터뷰

'미나리' 치매 뇌졸중 '순자' 역 위해 입에 육포 물고 촬영

김성은 기자

기사입력 : 2021-04-28 15:37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상 수상자 윤여정.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상 수상자 윤여정. 사진=AP뉴시스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상 수상자 윤여정(73)이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미국 매체 NBC는 28일(현지 시간) 오스카 최우수 조연상 수상자 윤여정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글렌 클로즈와 브래드 피트를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한 가지 주의 할 점이 있다. 그녀는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베테랑 배우 윤여정은 한인 가족에 관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다라면서 지난 25일 오스카상을 수상한 후 윤여정은 NBC 아시안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아칸소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는 한인인 자신의 두 아들이 견뎌낸 이민자들의 일상적인 딜레마를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최우수 조연상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첫 한국인이자 두 번째 아시아인이 되었다. 일본계 미국인 가수 우 메키 미요시가 60여 년 전인 1957년 '사요나라'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윤여정은 해당 인터뷰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나올 때 한국 사람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존경한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아니요, 저는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제가 계속 오는 이유는 제가 미국에 와서 일을 한다면 제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NBC는 오스카상 수상 후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주최한 한국 기자 회견에서 그녀는 브래드 피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은 것에 대해 어깨를 으쓱하고 눈을 굴렸다고 인터뷰 당시 분위기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윤여정은 "나는 그에게 영화에 더 많은 돈을 제공하라고 말했다"고 '미나리' 제작사인 플렌B 엔터테인먼트(PlanB Entertainment)의 소유주 브래드 피트에 대해 말했다.

"저도 피트에게 한국에 오라고 말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피트는 한국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저는 미국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들의 어휘가 너무 멋지다. 그는 내 공연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했지만 나는 늙었다. 나는 그런 달콤한 말에 빠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윤여정은 또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글렌 클로스(74)와 공기로 키스했다"면서 "2000년대 초반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처칠 대학에서 연수하는 동안 런던에서 그녀가 출연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글렌 클로스와 동년배인 윤여정은 당시 클로스가 50대 였음에도 불구하고 20대 청순함을 상징하는 캐릭터 블랑쉬를 연기한 용기가 부럽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돈을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그녀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오스카상 수상이라는 획기적인 상 수상 소감으로 " 약간의 운"을 언급한 윤여정은 우연을 가장한 행운과 강한 직업윤리 두 가지를 고수하고 있다.

두 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물었을 때, 윤여정은 "나를 나가서 일하게 하는 것"에 감사를 표하는 수상 연설을 반복하면서 "… 이것이 결과다. 엄마가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윤여정은 "일없이 지루해진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라며 "당신의 경력은 당신의 이름과 당신 자신을 대표하는 당신의 일부"라고 말했다.

50년 연기 경력의 소유자인 윤여정은 23살인 1971년 한국에서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최근 윤여정은 TV 요리 리얼리티 쇼 '윤식당'을 리브랜딩한 '윤스테이'와 올해 여러 쇼케이스에서 화끈한 개성을 과시했다.

윤여정은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1974년 27세의 나이로 트로트, 팝, 포크 및 기독교 음악을 혼합해서 불렀던 한국의 저명한 가수 중 한 명인 조영남과 결혼했다. 그녀는 1970년대에 조영남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거의 10년 동안 자신의 최고 경력을 비껴갔다. 조영남은 빌리 그레이엄 교회에서 가스펠 가수로 공연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윤여정은 1970년대 전 남편 조영남과 미국에서 13년 정도 살았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1983년 이혼으로 끝났다. 윤여정은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연기 경력을 재개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당시 한국 사회는 이혼한 한국 여성에 대한 깊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윤여정은 "어렸을 때 정말 유명 했어요. 그러다가 이혼했기 때문에 내 명성과 이름이 추락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텔레비전 출연을 자제했다"며 "(마치 불륜으로 낙인찍힌) 주홍글씨 같았다"고 회상했다.

38세인 윤여정은 플로리다의 Publix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최저 임금 2.75달러를 받아 두 아들을 부양할 생각을 했다면서 언어 장벽과 한국에서의 낙인의 무게 때문에 계산원으로 일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여정은 작가이자 친구가 자신이 잘 모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일깨우면서 역할을 제안했던 인생의 또 다른 행운에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영원히 배우로 활동할 것임을 깨달았다"라며 "나는 더 이상 결혼 생활에서 편안 해지는 그런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 커리어 우먼이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NBC는 윤여정은 생존에 대한 열망과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기자 회견에서 "저는 열등감이 있었다. 나는 연극 학위가 없어 필사적이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경험은 아르바이트였다. 내 약점을 알고 있어서 대사를 외우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대본은 저에게 성경과 같다"라고 말한 윤여정은 "카네기 홀까지 어떻게 가나요?"라고 반문하면서 "연습이다"라고 자문자답했다.

윤여정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라고 말했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뇌졸중 후 치매 증세를 보이는 입이 험악하지만 헐떡거리는 할머니 순자 역을 위해 그녀는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비슷한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걸이, 자세, 표정을 연습했다는 것.

뇌졸중 후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으로 관객들은 순자가 우연히 딸과 사위의 재산에 큰 불을 내게 되는 장면이 꼽는다.

윤여정은 극중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굴 근육을 가만히 유지하려고 입 속에 샐러리, 당근, 육포 등을 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 할머니'라고 불렀던 그녀의 역할에 대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윤여정은 "내가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 대본은 잘 작성되었다"라고 정이삭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윤여정은 "할머니와 부모님의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은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기자 회견에서 말했다. 이어 "그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을 것이다. 정이삭 감독은 진심으로 대본을 썼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윤여정은 "상을 받은 것은 매우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내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거에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윤여정은 "저는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플랜B 엔터 대표인 배우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 제작 비용으로 약 22억 원이라는 저예산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de.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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