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거품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궤도를 수정해 오는 9~10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주식 시장은 하락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날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 금융 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을 부추겨 주식 시장 약세를 불렀다.
일본의 낮은 금리를 피해 해외의 높은 금리를 노리고 외국으로 빠져나간 돈,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일본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 세계 금융 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에다 총재는 오는 18~1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0.5%인 기준 금리를 이번에 0.7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BOJ는 지난해 3월 17년을 지속했던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접고 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일본 회귀를 예고한다.
일본 투자자들은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고통 받자 그 돈을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금리 차를 노리고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 유럽, 신흥국 고수익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가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금융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UBS는 2011년 이후 누적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올해 보고서에서 광의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약 3조4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한은에 따르면 BOJ가 금리를 올릴 경우 이 가운데 약 2000억~3000억 달러가 청산돼 일본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츠의 거시전략책임자 마이클 멧캐프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더 뚜렷해질수록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 본국 회귀, 즉 엔 캐리 트레이드 일부 청산과 회귀가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멧캐프는 이는 국채 발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채 시장에서 큰 손이 사라진다는 의미라면서 국채 시장에서 시작해 금융 시장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연준 금리 인하 전망 후퇴
시장에서는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전망도 후퇴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1주일 전만 해도 내년 말 연준 기준 금리가 2.75~3.0%로 낮아질 가능성이 27.7%로 가장 높았지만 이날은 3.0~3.25%로 낮아지는 데 그칠 가능성이 29.4%로 가장 높았다.
내년까지 4회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금융 시장이 BOJ의 금리 인상 예고 뒤 3회 금리 인하로 예상을 하향 조정했다는 뜻이다.
연말 랠리 발목 잡나
뉴욕 주식 시장이 12월 연말 랠리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발목이 잡혔다.
엔화 자금이 시중에서 줄어들면 글로벌 금융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급감하고,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돌아간다. 이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직간접적으로 충격을 준다.
미 주식과 채권을 파는 직접적인 매도 압력이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에 하강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상당수가 비교적 안전하고 수익이 높은 미 국채에 투자돼 있고, 청산 과정에서 미 국채가 대규모 매도세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국채 수익률을 높인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다는 뜻이어서 수익성을 압박하고, 결국 주식 시장에 충격을 준다.
뉴욕 주식 시장은 지난해 7~8월에도 충격을 받았다.
BOJ가 지난해 7월 말 예상 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