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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공유차 서비스 '그랩'이 여성 CEO를 선택한 이유는?

놀라운 성장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규제-택시업계 반발등 난제들 산적

응웬 기자

기사입력 : 2020-01-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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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그랩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된 응우웬 타이 하이 번씨.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공유차 서비스 업체 그랩(Grab)이 베트남 최초의 여성 CEO 응우웬 타이 하이 번(Nguyen Thai Hai Van)을 선임했다. 이번 여성 최고경영자의 선임 배경을 두고 베트남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그랩은 베트남에서 여전히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는 정부는 새로운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인 베트남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잘 아는 현지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졌다.

베트남 그랩은 19일(현지시간) 번씨를 최고경영자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베트남 유니레버(Unilever)에서 17년을 보냈으며 베트남 모바일 마케팅 협회의 공동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베트남에서의 첫 임무는 슈퍼 앱(Super-app)을 강화하려는 그랩의 베트남 내 모든 비즈니스 운영전략과 해당지역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전 최고 경영자였던 제리 림(Jerry Lim)은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귀국한다. 림은 지역 대표자 역할에서 베트남을 포함한 8개의 동남아시아 국가를 통합하는 고객셀프 서비스, 자동화 및 AI(인공지능) 분야 개발에 집중한다. 림은 그랩이 베트남에 처음 진입한 2014년부터 최고경영자를 맡게 된 최근 3여년 동안 하노이와 호찌민을 비롯해 전국 43개 도시로 그랩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2018년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랩푸드(GrabFood)를 출시하는 등 여러가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러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그랩은 향후 5년간 베트남에 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국에서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다양한 교통 및 사회교류 사업을 통해 정부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나 전자 결제 파트너인 모카(Moca)를 통한 지불액은 지난해 1월에서 6월 사이에 150%가 증가했으며 월간 모바일 사용자 수는 7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대로 현재 그랩이 처해 있는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응우웬 타이 하이 번 신임 여성 최고경영자의 임명은 다음 성장 단계로의 진입에 따른 역할조정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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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은 베트남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 기술택시에 대한 정부규제 발표를 앞두고 있는등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재 그랩은 베트남 최대 택시회사 중 하나인 비나선(Vinasun)과 18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지리한 소송에 얽매여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택시업계들도 뭉치면서 공유차 서비스에 반대하는 소위말해 택시업계 '공공의 적'으로 분류되는 '기술택시' 분야의 중심에 서 있다. 대표성을 띄고 있다보니 집중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베트남 운수업계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은 그랩처럼 기술택시로 분류되는 새로운 형태의 운송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두고 지난 3년간 토론을 벌여왔다. 그 결과 베트남 정부는 기술택시로 분류되는 신규 운송사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베트남 국내에서 운영되는 운송회사보다 엄격한 요구 사항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랩같은 공유차 서비스 차량들도 앞으로는 차량지붕에 'TAXI' 전등을 달거나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승용차의 앞과 뒤 유리창에 그랩과 택시 로고의 스티커를 영구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전통적인 택시회사들의 요구로 비슷한 경쟁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세금문제에도 끊임없는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8개의 전통 택시 회사들(V.Car, Thanh Cong Car, Vic.Car, HomeCar, Mai Linh Car, LB.Car, Emddi-Phuc Xuyen)들은 이미 그랩과 같은 자체 서비스 앱을 출시했다.

그랩을 둘러싼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필요성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신규사업의 론칭을 통해 몸집을 계속 키우기 보다는 베트남 정·재계에 복잡하게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줄 사람이자 신규 사업의 중심이 될 모바일 마케팅에 강점을 모두 가진 최고경영자로 번이 낙점된 셈이다.

한편 동남아시아 시장을 두고 그랩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고젝(Go-jeck)의 베트남 공유차 서비스 자회사인 고비엣(Go-Viet)도 지난해 9월 크리스티 짱 레(Christy Trang Le)가 떠난 이후 새로운 CEO를 선임하지 않았으며 현지 경쟁 업체인 비(Be)의 CEO도 지난달 사임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 toadk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