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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타다’ 기득권 반대 벽 부딪혀 결국 ‘못 타나’

정부, ‘규제 대못’ 뽑지 않고 외치는 혁신 ‘공허한 메아리’...한국만 ‘공유경제’ 외톨이

김민구 기자

기사입력 : 2019-12-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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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뒤돌아보면 요즘 시쳇말로 ‘삶은 소머리가 웃을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154년전 영국에서 일어난 일도 예외는 아니다. 1865년 증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영국은 그해 ‘적기조례’(赤旗條例·Red Flag Act)라는 기상천외한 법을 선포했다. ‘빨간 깃발 법’으로 불리는 이 법규는 마차가 55m 전방에서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야 했다. 자동차 최고속도는 시속 6.4㎞로 묶었다. 당시 자동차는 시속 3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우스꽝스런 이 법은 자동차 등장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마차 업주들이 로비를 펼친 대표적인 ‘규제 대못’이었다.

시대착오적 법규에 따른 경제적 희생은 치명적이다. 영국 자동차산업은 얼토당토않은 규정으로 경쟁력을 잃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됐으며 세계 자동차산업 주도권은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깔고 질주한 이웃나라 독일로 넘어갔다. 적기조례는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흐름을 도외시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로 되돌아오니 영국 적기조례 파동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데자뷔(dejavu·기시감)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행을 막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며칠 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타타의 승합차 호출 방식이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모빌리티(이동수단) 플랫폼 ‘타다’가 꽃도 채 피우지 못한 채 1년 6개월 뒤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가 됐다.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 덕분에 택시업계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독점체제를 만든 지 오래다. 경쟁자 없는 독점시장에서 왕(王)은 소비자가 아닌 업계다. 시장이 공급자 중심시장(Seller’s Market)에서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뀐 지 수 십여 년이 됐지만 대체재가 없는 독점 시장이 야기하는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하면 ‘타다’와 기존 택시 등 운송업체가 선의의 경쟁을 펼쳐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만 이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독점시장 폐해를 보완하고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줄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금지시켰다. 소비자가 누릴 선택권을 빼앗아 간 것이다. 어쩌면 ‘규제 지상주의’ 함정에 빠진 우리 정치권의 당연한 귀결일 지도 모른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에서 ‘달콤한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일궈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초연결사회를 맞아 시장과 고객 변화에 둔감하고 디지털 기술의 혁명적 변화를 외면하는 ‘나홀로 갈라파고스’ 프레임에 함몰되면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으로 요약되는 제4차산업혁명의 높은 파도에 휩쓸려 좌초할 수밖에 없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세계사적 대전환의 흐름에 눈과 귀를 막고 오늘에 안주하면 밝은 미래는 없다는 얘기다.

지나친 규제를 강조하면 혁신을 이끄는 신(新)사업이 제대로 착근할 수 없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신(新)기술을 거부하는 ‘엄숙주의(Rigorism)’의 결말은 처절했다. 우리에겐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할 시간이 없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