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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올랐다" 은값, 팬데믹 이후 최악의 폭락....전망은 여전히 '긍정적'

차익실현·증거금 인상 직격탄에 하루 만에 14% 추락...거품 논란 확산에도 공급 부족 지속 전망
독일 뮌헨에 있는 프로 아우룸(Pro Aurum) 금 보관소의 금고실에 금괴와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뮌헨에 있는 프로 아우룸(Pro Aurum) 금 보관소의 금고실에 금괴와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금과 은 가격이 역사적인 랠리 이후 29일(현지시각) 거래에서 동반 폭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특히 은 가격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거품 논란 또한 커지고 있어 그 향방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은은 올해 초 온스당 30달러 이하에서 출발했으나 이날 거래에서 한때 84달러까지 화려한 랠리를 펼쳤고, 이후 뉴욕 시장에서 7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지난주 온스당 4550달러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값도 이날 4330달러대로 몸을 낮추며 4% 넘게 급락했다.
은과 금 가격은 올해 연간으로 각각 140%와 65% 이상 급등했다.

이날 가격 급락의 배경으로는 연말을 맞아 시장이 엷은 가운데 차익실현 매물이 폭주한 점이 꼽힌다. 무엇보다 단기 상승 폭이 과다하다는 인식 속에 거품 우려가 커진 데다 CME그룹이 이날부터 일부 코멕스(COMEX)의 금·은 및 기타 금속 선물 계약의 증거금률을 인상한 점이 직격탄이 됐다.

기술적 지표 역시 이번 랠리가 지나치게 빠르고 과도했음을 시사했다. 은 가격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약 75를 기록해, 과매수 기준으로 여겨지는 70을 웃돌았다.

은 가격은 공급 감소와 주요 광산의 생산 둔화 우려 속에 이달에만 25% 넘게 급등했다. 태양광 패널과 데이터센터용 은에 대한 산업용 수요 증가도 가격 급등의 촉매가 됐다.

전망 여전히 '맑음'


단기적인 은값 폭등세가 연말을 앞두고 일단락됐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도 가격 전망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공급 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 속에 주요 수급 지표도 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대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의 경우, 이번 주 콜옵션 미결제약정 규모가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은 선물에서 콜옵션 매입 비용이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풋옵션 비용 대비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지표 역시 최근 수 주 동안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여전히 가격 상승에 대한 베팅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관세 관련 거래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유통 가능한 은 물량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뉴욕 창고에 머물러 있는 점도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은 핵심 광물에 대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주시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은에 관세 부과나 기타 무역 제한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리지 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 금속 거래 이사는 “극적으로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차익 실현 물량이 조정을 이끌었다”면서도 “은의 공급 제약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이 여전하며, 2026년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귀금속 시장의 전반적 상승세를 주도한 투자 수요 또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블룸버그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 기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행보 및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 등이 올해 귀금속 시장의 랠리를 뒷받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의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강한 매수세까지 더해지며 상승 탄력을 키웠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면, 은이 같은 방향으로 두 배에 가까운 변동 폭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적어도 올해는 이러한 시장의 분석이 완벽하게 적중된 사례다.

다만 많은 투자자가 주목하는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이 올해 초 100대 1 이상에서 빠르게 축소된 만큼 올해와 같은 급격한 은의 랠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날 현재 금-은 비율은 61배 수준으로 장기 평균(70)보다 낮아 은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해당 비율이 70 이상이면 높다고 보고, 은 투자 기회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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