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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나?…합리적인 理性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8회)] 현실검증도 용기가 필요하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9-09-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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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사람은 두려움 없이 현실검증을 통해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객관적 현실보다는 주관적 해석을 믿고 단지 자신의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다수의 여신도를 성폭행한 범죄로 대법원에서 16년 형을 확정받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10여 년 전 세간을 놀라게 한 또 다른 사이비 종교단체의 교주가 역시 젊은 여신도를 성폭행한 죄로 10년 형을 복역하고 작년에 만기 출소했다. 이 교주는 현재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채우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출소 후에도 다시 자신이 세운 단체로 돌아가 신도들의 환호를 받으며 ‘메시아’라고 자칭하며 교주 행세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록 남자 교주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신도 수백명을 피지로 보내 강제노역을 시킨 모 사이비 교회의 여자 목사는 최근 1심에서 폭행, 특수감금, 공동상해, 아동방임 교사, 상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여자 목사는 5년간 400명 이상의 신도를 남태평양 피지섬으로 이주시킨 뒤 강제노역을 시키고 종교의식을 빙자한 폭력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딸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세간의 큰 이목을 끌었던 소위 ‘타작마당’ 등의 행위를 종교의 이름으로 교사하였다. 여자가 교주일 경우에는 단지 대부분의 남자 교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여신도 성폭행이 빠져 있을 뿐, 모든 사이비 종교 단체와 교주가 보이는 공통 현상을 가지고 있다.

종교라는 현상 자체가 합리적인 이성(理性)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왜 많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던 종교단체의 교주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그 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세간과 담을 쌓고 자신들의 믿음을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들과도 절연(絶緣)하고 사이비 종교에 몰두하는 현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에서 유명한 이론이 탄생하였다. 명문 스탠퍼드(Stanford)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1950년대에 한 지역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에 의하면, 어느 마을에서 한 종교지도자가 신으로부터 직접 “세상은 큰 홍수로 곧 종말이 올 것이고 자신을 믿는 사람만 우주선이 와서 구원을 받는다” 내용의 계시를 받았다고 포교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재산을 다 정리해 이 교주에게 헌금하고 집단으로 모여 기도하면서 이 종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은밀히 이 교리를 전하면서 자신들과 같은 길을 가도록 전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 사이비종교 교주 여신도 성폭행
징역 16년형 확정…유사 사례 잇따라

이 집단에 참여한 페스팅거 교수가 관심 있었던 부분이 바로 자신들의 믿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떤 행동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일견 황당하게 보이는 이 교주를 믿은 사람들은 실제로 전 재산을 이 교주에게 맡기고 철야 기도에 들어갔다. 드디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교주가 예언한 그 날이 오자 이들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찬송하며 종말과 구원의 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큰 홍수는커녕 하늘은 맑았고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우주선이 오지 않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전 재산을 헌금하고 세상과 등지고 기도하던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신들이 황당한 교리에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한 교주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요구를 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말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잠시의 충격의 시간이 지난 후 교주는 큰소리로 신도들에게 외쳤다. “우리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찬송한 덕분에 하나님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변경하셨다. 우리가 세상을 구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자신들이 지구를 살렸다는 기쁨의 축제를 벌이고, 오히려 그 교주를 전보다 더 신실하게 믿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은밀하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알리고 선교하기 시작했다.

​성범죄 저지른 교주는 '전자발찌' 착용
출소 후 다시 돌아와 신도들 메시아 추앙

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페스팅거 교수는 유명한 실험을 고안했다. 스탠퍼드 대학에 중요한 심리 실험에 참여할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공고를 했다. 지원자들에게 누가 보아도 지루한 일을 장시간 하게 한 후, 지원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에게는 수고비로 1달러를 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20달러를 지불하였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것이 얼마나 즐거웠고 의미가 있는지를 평가하게 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상식과는 반대로 20달러를 받은 집단보다 1달러를 받은 집단이 실험이 더 재미있었고, 과학적 의미도 클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페스팅거 교수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이론을 고안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리는 태도와 행동 사이에 일관성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태도와 일치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만약 태도와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나면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고 일관되게 바꾸려고 한다. 이런 상태를 ‘인지부조화’ 상태라고 부른다. 이 부조화 상태를 일치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태도에 맞게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한 행동을 바꿀 수 없다면 그 행동에 맞게 태도를 변화시킨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바로 이미 한 행동에 일치되게 태도를 정하거나 변화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이용하면 대학생들의 행동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을 마치고 난 후 20달러를 받은 학생들은 어쨌든 큰 보상을 받았으니 느낀 대로 재미없었고,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행한 지루한 작업의 대가로 1달러를 받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정당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작업이 재미있었고,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진 사람들이 그 교주의 실체를 접하고도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위의 예에 나온 신도들은 이미 교주와 종교집단에 깊게 개입이 되어 있었다. 즉 이들은 교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을 헌금하고 그 집단에서 기꺼이 생활하였다. 만약 교주가 자신이 믿고 따랐던 ‘메시아’가 아니라 비윤리적인 성폭행을 다반사로 저지르는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객관적 사실을 직시할 경우, 그동안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교주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미 교주에게 빠져버린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현실을 외면하고 계속 교주에게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은 객관적 사실을 믿는 쪽보다는 차라리 원래의 생각을 더 공고히 하는 방법으로 ‘인지부조화’를 해결한 것이다.

​가정으로 돌아오길 기대 부모들과 절연
신도들 이미 교주·종교집단 깊게 개입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믿고 싶은 만큼 사람은 합리적이지 못 하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합리적 행동은 종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가의 지도자가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큰 불행이 올 수 있다. 자기 생각이나 이념(理念)에 집착하여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는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와 반대로 나오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더 굳게 믿으며 비현실적인 정책을 계속 고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념이 옳다고 강화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옆에 두려고 한다. 이 함정에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올바른 의견을 개진해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되어버린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두려움 없이 ‘현실검증(現實檢證)’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때는 옳았는데 현재는 틀릴 수” 있다. 이때 미성숙한 사람은 객관적 현실보다는 주관적 해석을 믿고 단지 자신의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한다. 그 결과 미몽(迷夢)에서 빠져나오기 더 힘들어지고 마치 ‘늪’에 빠진 것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최상의 판단 기준은 ‘건전한 상식(常識)’이다. 상식에 맞지 않을 때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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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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