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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삶 속으로 길 떠나며 쓰는 움직임의 편지…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기사입력 : 2018-12-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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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별사탕이 떨어지는 밤은 차고 높았다/ 별들의 노래가 들릴 때 까지 긴 연이 걸려 있었다/ 마지막 줄이 터져 거친 소리로 번져 나올 때/ 작은 기쁨 위로 슬픔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첫 관문을 겨우 통과한 것을 깨달았다/ 바삐 내린 여름비에 마당에 올라온 미꾸라지가 된다/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햇살이 자신을 말리리라/ 같이 라면 더욱 쉽게 벗어나리라/ 아직 밖은 시리다/ 올망졸망을 넘어 높은 언덕으로 가는 정거장으로 간다/ 춤춰야 산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제39회 서울무용제(Seoul Dance Festival, SDF) 경연부문 출품작인 곽영은(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안무의 <Off Station>은 정거장을 나서는 사람들을 삶의 출발점에 선 청춘들의 모습들로 비유한다. 척박한 현실을 풍자하는 낭만적 서사, 정거장을 떠나 예정된 시간의 문 속으로 호기심을 안고 들어서면 같은 하늘아래 저 마다의 빛으로 커가며 휴일을 즐기러온 익명을 단 청춘 집단들의 분주한 일상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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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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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정거장은 길 떠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할 장소이다. 저마다 다른 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각기 다른 사연을 안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선지를 정하느라 개별과 군집을 오간다. 뿌연 등들을 걷어내고 전체를 조망하면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포착된다. 열정으로 가득한 삶의 여정을 거치면서 부닥치는 불투명한 현실적 모순들이 오히려 춤의 역동성을 부여하고, 시간이 경과될수록 개인의 삶의 문양을 묘사해가는 움직임은 다채롭다.

고른 기량의 메타댄스의 젊은 무용수들이 춤을 즐기는 방식대로 ‘꿈의 정거장’은 연출된다. 현대무용에서 간과하기 쉬운 자연스러운 흥의 춤이 발현되고 성숙으로 진입하는 단계가 드러난다. 본질에 충실한 춤은 중압적 주제의 현실적 무게감을 넘어 경쾌한 리듬으로 현실감을 살려낸다. <Off Station>은 연습이 낳은 아름다운 퇴적충처럼 춤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곽영은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처리해낼 수 있는 기교파 안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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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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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안무가의 기교가 드러나는 익숙한 주제의 낯선 풍경이 연출된다. 청춘들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잊어버리고 춤을 춘다. 탄식과 비탄을 접고 희망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전진하겠다는 애초의 의지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삶이 힘 들수록 춤은 조합을 변형하고, 난이도를 놉혀 가며 움직임에 활기를 띈다. 낯선 곳에서의 불시착은 갈등의 브리지를 만들어 내고, 촘촘한 디테일로 유화적 덧칠 분위기를 도출한다. 현실 자체를 직시하고, 그 자체가 힘들 다면 즐기라는 것이 안무가의 교훈적 명시이다.

<Off Station>은 들뜸을 가라앉히고 사십 분 가량의 중편은 도전적 몸 신화에 접근하면서 피폐해져가는 현실을 조롱하듯 냉정을 유지한다. 안무가 곽영은은 자유 창작 가치를 존중하며 상징적 묘사보다는 구상적 순수와 말하는 춤으로 현실감을 살려낸다. 춤이 걸어 온 말에는 내숭이 없다. 그녀의 귀납적 풀이에는 이전의 작품들과 견주어 다년간 몸으로 통합감각을 익힌 춤꾼으로서의 경험과 현대무용의 가치를 존중하는 안무가적 상상력이 투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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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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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안무의 'Off Station'. 사진=옥상훈

사람이 세상을 알아가면서 표류라는 급물살을 타면 구원의 문제가 대두된다. 존재는 있지만, 실재할 수 없는 아쉬움이 항존한다.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다. 굳은 결기로 자신이 한 그루 소나무 같은 ‘고도’가 되어야 한다. 주제를 심화시키는 급물살에 이르는 과정은 구성의 견고성이 입증한다. 보통사람들이 학습해 왔거나 어쩌면 거칠지도 모를 급물살은 통과의례 같다. 쉽게 보이거나 낯선 곳에서의 불시착은 엉킴과 표류의 고통을 안긴다.

곽영은은 현대인의 소외와 소통의 부재, 기존 질서를 파괴한 패기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제 멋대로 커가는 일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안이 잠식한 정신적 황폐감과 비인간화를 조명한다. 사람들은 디지털의 숲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인문학적 감정에 쏠려있으면 도태될 것을 강요당하거나 무지한 것으로 내몰린다. 안무가는 상황을 춤 속에 부어넣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벗어나면 책임은 개인의 몫이라는 인내와 설득과정을 거친다.

‘길’, ‘정류장’, ‘역’은 떠남을 의미하는 제목이다. 조사나 전치사가 가미되면 시적 수사가 된다. 안무가 곽영은은 자신의 의지적 창의력으로 길 떠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을 걷도록 희구한다. 설혹 자신만의 ‘섬’에 갇히더라도 밝은 햇살을 받아 뿌리를 잘 내리도록 구성을 짠다. <Off Station>은 데코럼에 맞는 푸짐한 움직임과 물오른 춤 연기로 익히 알려진 문법, 어디에서 본 듯한 동작들과 차별화된 정갈하게 갈무리된 작품이었다.

출연/김선주, 정진아, 방지선, 홍정아, 김성정, 김지은, 노학현, 고루피나, 김준혁, 김재민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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