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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년기업가의 경영철학과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상사와 소통은 성공의 열쇠'의 저자)

기사입력 : 2018-06-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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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
천년기업으로 생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정교한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자 3대’란 말이 있다. 서양에도 ‘셔츠차림으로 시작해 3대 만에 다시 셔츠차림으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라는 속담이 있다. 독일에는 ‘아버지는 재산을 모으고 아들은 탕진하고, 손자는 파산한다’는 속담이 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한진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는 기업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직원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시위도 한다. 어려서부터 왕자와 공주 대우를 받으며 자란 특권의식 때문이리라. 이런 의식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렇다고 가족경영이 무턱대고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2005년 6월 5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대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가족기업이며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가족기업들이 건재하다. 우리나라도 상장기업과 코스탁기업의 70%가 가족기업이다. 독일 중소기업연구원(Ifm Bonn) 조사를 보면 독일 전체 기업 중 84%가 가족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독일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가족기업이라 하더라도 자녀가 기업 경영권을 이어받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가족 구성원 중 CEO에 적합한 인물이나 외부 전문 경영자를 영입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족경영의 가장 큰 이슈는 후계자 육성 선발인데 독일 기업들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도 박·석·김씨 중에서 후계자를 선발했다. 단일 성씨보다는 많은 후보자 중에서 후계자를 선발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519년을 유지한 조선이나 475년을 유지한 고려는 단일 성씨 가족의 대물림 국가였다. 그렇더라도 많은 왕자들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세자에 책봉된 후 혹독한 훈련제도를 거쳤기 때문에 국가를 오래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은 옛날처럼 자녀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1~2명의 자녀 중에서 후계자를 선발해야 한다. 후보자 군이 적기도 하지만 더욱 어려운 점은 이 자녀들이 조선시대 왕자나 공주보다 더 특별한 특권을 누리며 자랐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이 소비자이며 직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본다.

첫째, 1428년을 존속한 일본의 곤고구미 건축회사이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기본에 충실, 무리한 사업 확장 금지, 눈이 닿지 않는 곳도 꼼꼼히, 현장 중시 경영이다. 곤고구미에는 장자세습 원칙이 없다. 후계자는 성별 불문 가족여부 불문이다. 대부분 가족 중에서 후계자를 선발하긴 했지만 이 경우도 목조건축 분야의 최고의 명인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두 번째 사례는 의류 스포츠웨어를 만드는 고어사이다. 고어사 CEO는 직원대표와 간부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런 전통이 있는 이 회사는 60년 전인 1958년 설립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어사의 경영철학은 자유(freedom), 공정(Fairness), 약속(Commitment), 해수면 원칙(Waterline)이다. 해수면 원칙이란 고어사를 하나의 커다란 배로 비유한 것인데 의사 결정이 수면 아래 부분에 구멍을 뚫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라는 의미다.

세 번째로 신한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의 회장 선발 시스템이다. 시중은행들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기준으로 회장을 선발한다. 비상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최근에 ‘셀프 연임’을 배제하기 위해서 회장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배제했다. 시중은행의 CEO 선발 방식이 고어사와 크게 다른 점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 1000년 이상을 유지한 로마의 5현제(賢帝) 시대다.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5현제(賢帝) 시대’가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극찬했다. 연이어 현명한 황제를 5대째 배출한 가장 큰 요인은 황제가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을 거친 지도자나 덕망 높은 철학자를 양자로 삼아 제위를 넘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5현제 시대’가 마르쿠스로 끝나게 된 것은 아들 상속 때문이었다. 그의 아들 콤모두스가 학문을 멀리한 폭군으로 살다가 암살되면서부터 로마제국도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후계자 선발 시스템이 있다. 천년기업가라면 이런 다양한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을 참조하여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을 기업에 정착시켜야 한다. 후계자 선발 육성 시스템의 기준은 첫째, 구성원 누구라도 능력이 있으면 CEO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보편성의 원칙이다. 기업에 들어오는 사람은 대부분 사장이 꿈이다. 실제로 이런 가능성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동기가 부여된다. 둘째는 제도 운영이 공평, 공정, 투명해야 한다. 셋째는 경영철학이 담겨진 CEO 선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선발기준 중에는 시대의 변화 대응 능력,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소통능력 외에도 천년기업가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자기 자식을 후계자로 지명할 경우에도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최소한 중역이 되어야 후계자 군에 포함한다’는 기준 같은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봐야 100년 정도다. 천년기업이 되려면 창업 이후에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영은 결국 사람이다. 시대에 맞는 후계자를 육성 선발하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기업에 문화로 정착되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진화한다. 천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교한 후계자 육성 선발 시스템을 작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상사와 소통은 성공의 열쇠'의 저자) 류호택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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