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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윤리, 개인윤리인가 사회윤리인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18-05-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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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음식윤리는 음식에 대한 바른 생각과 태도, 즉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을 때 지켜야 할 도리다. 그런데 음식윤리는 과연 개인윤리일까, 사회윤리일까, 아니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개인윤리라면 윤리적 책임이 개인에게 있고, 사회윤리라면 사회의 구조나 제도에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깊은 산속에 버섯마을이 있다. 맛좋은 버섯이 잘 자라 마을사람들은 버섯을 따서 생것으로 팔거나 과자나 빵, 건강식품 등으로 가공해 팔면서 잘 살고 있다. 이 버섯마을의 골칫거리는 독버섯이다. 버섯 100개 중에 1개 정도로 생기는 이 독버섯은 다행히 양귀비꽃처럼 색깔이 빨갛고 예뻐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마을 이장 겸 공장장의 아침 일과는 경고로 시작된다. “빨간 독버섯은 먹으면 죽습니다. 절대 따지도 먹지도 마세요. 버섯 가공 전에도 꼭 골라내야 합니다.” 다행히 독버섯 때문에 죽은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사람 한 사람이 독버섯을 먹었다. 그 사람은 ‘독’씨였다. 독씨는 아침마다 외치는 이장의 말을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왜 저러지? 자기 혼자만 먹으려는 거 아니야? 백 살이 넘은 이장이 젊은이 뺨치게 건강한 것도 저 빨간 버섯 때문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 독씨는 버섯공장에서 작업자들이 골라낸 독버섯을 먹었고 결국 죽고 말았다.

독씨 가족과 마을사람들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많이 울었다. 독버섯 때문에 죽어서 슬펐고, 독버섯이 없었다면 안 죽었을 것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마을 이장도 슬픈 마음으로 애도사를 읽었다. 그때 갑자기 독씨의 부인이 이장에게 소리쳤다. “독버섯을 미리 제거했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이장님 때문에 우리 남편이 죽은 겁니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그러나 이장은 근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 마을의 모든 버섯은 잘 자랍니다. 독버섯도 마찬가지로 잘 자랍니다. 뽑아도 자라고 뽑아도 자랍니다.” 이장의 말에 마을사람들은 또다시 술렁거렸다.

그때 옆 마을 이장이 말했다. “어른은 그렇다 쳐도 문제는 어린아이들입니다. 어린아이들은 경고를 잊고 먹을 수 있지요. 앞으로 우리 마을사람들도 이 마을 버섯과 버섯가공품을 사먹을 때 불안하고 두려울 것입니다.”

이장이 말했다. “말씀은 이해되지만 100개 중에 1개꼴로 생기는 독버섯을 어떻게 다 제거합니까? 뽑아도 자라고 뽑아도 자라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그러자 옆 마을 이장이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을은 버섯마을의 버섯과 가공품은 더 이상 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구입한 것도 일일이 전수검사 하겠습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비극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버섯마을 사람들도 애써서 독버섯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뽑고 또 뽑으면 결국은 다 제거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100% 제거하지 못하더라도 독버섯으로 인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 말에 이장도 마을사람들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면 독버섯과 관련한 음식윤리는 개인윤리인가, 사회윤리인가? 개인윤리로 본다면 또 다른 독씨나 어린아이들이 희생되더라도 버섯마을의 책임은 없다. 사회윤리로 본다면 독씨의 죽음은 독버섯을 제거하지 않아 생긴 버섯마을의 구조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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