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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 마음산책(110회)] 선한 사마리아인과 행복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7-03-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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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쫓기듯 사는 현대인들

개인 위한 일상생활에 젖어 있어
타인 돕는 일에 갈수록 인색해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능력
친사회적 활동에 자신 더 나누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 가능

이국 땅에서 생면부지 취객의 생명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숭고한 청년 이수현 씨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 위급한 순간에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는 2001126일 도쿄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도쿄의 한 전철역에서 술에 취해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그의 죽음은 당시 일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려대 무역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가을 휴학한 뒤, 20001월 일본에 건너가 일본어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이씨는 평소에 한국과 일본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공부하던 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1000여 명의 조문객이 몰려들었으며 일본 총리와 외무장관 등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 발길도 이어졌다.

아버지 이성대 씨(62)군고구마 장사를 나선 친구에게 입고 있던 오리털 점퍼를 벗어주고 오던 녀석 얼굴이 눈에 선하다며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삭였다. 그의 아버지와 친지들에 의하면 평소에도 이수현 씨는 의협심이 강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즐겨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는 수영, 산악자전거, 스킨스쿠버, 다이빙 등 뛰어난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기타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이와 비슷한 예는 우리 나라에도 있었다. LG복지재단은 화재 현장에서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니말씨(39)에게 LG 의인상(義人賞)을 주기로 했다. 니말씨는 지난달 10일 경북 군위군 농장에서 일하다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화재 현장으로 뛰어가 할머니를 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니말씨는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5년째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보살펴준 게 고마웠고 할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길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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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26일 일본 유학 중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씨의 기일을 맞아 열린 추모행사에 이씨의 모교 후배들이 학교 정문에 있는 이수현비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심리학에서는 도움행동에 관여하는 다양한 변인들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다
. 이 연구들은 먼저 도움행동이 도움을 주는 사람의 내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 혹은 외적 요인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지를 연구하였다.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이라고 잘 알려진 이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학생들이었다. 이들 중 절반에게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유명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관한 설교를 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나머지에게는 도움과는 관계없는 주제, 예를 들면 신학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 얻게 될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제를 주었다. 피험자들이 설교를 하러 가는 길엔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 듯 보이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상황을 연출해 놓았다. 이 사람은 실험자들의 지시에 따라 피험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기침을 두 번 하고 신음 소리도 냈다. 상식적으론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설교를 하기로 되어 있는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더 많이 줄 것 같지만, 실제 나온 결과는 딴판이었다. 놀랍게도 이 연구에서 도움을 준 비율을 결정한 변수는 설교의 주제가 아니라 오직 설교 시작 전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이 유명한 실험은 도움행동을 주는지의 여부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도움자의 성격 등과 같은 내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간의 압력 같은 외부 요인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강도를 당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설교를 하러 가는 신학대학 학생들조차도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시간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도움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내적 요인들 중에는 먼저 행동 당시의 정서다. 일반적으로 보면 긍정 정서를 느끼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이 증가한다. 반대로 부정 정서를 느끼고 있을 때는 도움행동을 하려는 경향을 감소시킨다. 예를 들면,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을 많이 한다.

도움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내적 요인은 공감 능력이다. 맹자(孟子)의 사단설(四端說)에도 나오듯이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어질음의 근본(측은지심인지단야, 惻隱之心仁之端也)’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느끼는 마음이다. 공감 능력이 발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차린다. 당연히 이들은 도움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다.

도움행동에 영향을 주는 내적 요인 중에 쉽게 간과하는 것이 도움자의 능력이나 훈련의 여부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도 자신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없거나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면 결국 도와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이수현 씨도 평소에 수영이나 산악자전거 등을 즐긴 만능 스포트맨이었기에 위급한 상황에 도움행동을 할 수 있었다.

도움행동과 관련이 높은 외적 요인으로는 먼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호감의 정도다. 예를 들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은 훨씬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실험에서 대학가의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입사원서를 놓아두었다. 입사원서에는 매력적인 용모의 지원자와 그 반대인 지원자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겉봉투에는 받을 곳의 주소와 우표가 붙어있었다. 실험 결과 매력적인 사진이 붙어있는 입사원서가 훨씬 많이 돌아왔다. 즉 매력적인 사람이 실수로 놓고 갔다고 여겨질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행동을 한다.

당연히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인들이 모두 도움행동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과 나이나 고향, 또는 출신학교 등이 같을 때 훨씬 더 호감을 느끼고 도움행동을 많이 한다. 비슷한 종교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도 도움을 많이 준다.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도 도움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방을 더욱 많이 한다. 주위 사람들이 도움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행동을 할 경향이 높아진다. 어릴 때 부모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한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행동을 할 경향이 높아진다.

2008년 630여 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소득에서 개인적인 용도와 친사회적 용도에 사용하는 비율을 조사하였다. 이 조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개인적 용도의 사용과 행복감과는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친사회적 소비는 행복감과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친사회적 활동에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실증적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5달러나 20달러를 주면서 그날 오후 5시까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용도로, 또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친사회적 용도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결과는 돈의 액수에 관계없이 친사회적 용도에 사용한 사람들의 행복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 중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때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많은 액수의 돈을 사용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움행동은 곤란에 처한 상대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도움을 주는 자신에게도 보람과 행복감을 선물한다. 현대 사회가 시간에 쫒기고 점점 더 다른 사람의 삶에 무관심하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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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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