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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 중고차 시장의 신호보내기(Signaling)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기사입력 : 2017-03-11 06:00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사람들은 왜 중고차를 사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대답을 할 것이다.

우선 '새 차보다 싸니까'라는 대답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돈이 부족하니까' 라는 대답도 나올 것이다. 물론 위 두 가지 이유를 모두 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를 대는 사람들은 우선 가성비 측면에서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신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능과 효용을 주기 때문에 중고차 예찬론자가 되어 중고차를 구입하고 운행하는 사람들이다. 중고차를 사는 데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은 유형의 실속파들이다. 한 번 중고차를 사면 영원히 중고차를 사게 된다는 말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당장은 중고차 밖에 살 형편이 되지 않으니 죽으나 사나 중고차를 살 수 밖에 없다고 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활이나 생업의 수단으로 자동차를 유지해야 하므로 경제적인 구입 및 정상 품질상태의 유지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들은 '싸고 좋은 중고차'라는 표현에 가장 솔깃해 하는 소비자 층이다. 가장 경제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한 계층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비경제적으로 구입하는 비율이 높은 소비자 층이다. 허위미끼 매물을 내세운 사기꾼들에게 걸려 들어 몸 고생·마음 고생을 하기도 한다.

편안함이나 만만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중고차를 탄다는 사실에서 좀 자존심을 상해하는 소비자 층들도 있다. 신차 대비 값도 좀 헐하고 서툰 운전으로 차체에 생채기가 나도 큰 부담이 되지 않으니 좋기는 한데 중고차라는, 남이 쓰다 만 차라는 사실에서 영 편치 않은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사정이 좋아지면 미련없이 신차로 갈아 타리라는 꿈 혹은 허영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중고차를 선택하는 이유와 목적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적어도 구매의 과정에서 불편과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예찬론자들도 이러한 점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워낙 말도 안 되는 기만적 사기행위가 자주 언론에 보도되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사에는 그러한 사례가 공유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중고차라는 말 만 들어도 치를 떨기도 한다. 중고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중고차를 매매하는 과정에서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은 사람들의 경우다. 사기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당했거나 정신적인 모욕을 당한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다.
중고차시장은 외국에서도 정상시장과 암시장(Black Market)의 중간 지대라는 의미로 회색시장(그레이 마켓, Grey Market)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중고차라는 상품에는 어쩔 수 없이 비정형, 불투명 그리고 불안정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 당사간에도 정보의 비대칭이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제안된 것이 소위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이다. 상품이건 서비스이건 혹은 거래의 당사자이건 거래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상대방이 제대로 심사 및 선별(Screening)할 수 있도록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만약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아 부당한 역선택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결국 시장의 황폐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품질 보증서를 발행해 주거나 환불 조건을 명시해 주는 것도 정보 비대칭이 일으킬 수 있는 시장의 황폐화를 막아 내기 위한 적극적 선제 조치라 할 수 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Michael Spencer)

우리나라에 중고차시장이 형성된 지가 어언 50년에 이른다고 한다. 반세기의 짧지 않은 이력이지만 아직도 중고차시장 곳곳에는 불안과 미완의 모습이 역력하다. 새로 도입된다는 현금영수증 제도가 그렇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중고차딜러 시스템이 그렇다. 온통 허위와 기만으로 도배된 중고차 매물 광고도 우리 중고차시장의 어설픈 한 단면이다. 뻔한 사기행위임을 알면서도 매매업자나 소비자 모두 지켜보기만 하거나 한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시장 황폐화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중고차 및 중고차시장에 대한 몇 가지의 얘기를 해 보려 한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불안해 하고 믿기 어려워하는 중고차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실상을 파악해 보려 한다. '중고차 잘 사기 혹은 잘 팔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착과 오해도 얘기해 보려 한다. 매매상사 대표나 중고차 딜러 등 중고차시장 사람들의 장사하는 얘기도 소개해 보려 한다. 중고차 경매나 해외수출 등 중고차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어 보려 한다.

이러한 '중고차 이야기'들이 중고차 소비자들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신호 보내기(Signaling)의 하나로 받아 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의 한 명으로서 시장의 황폐화를 걱정하는 마음에서이기도 하다.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사진없는 기자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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