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코플리가 개발한 소셜 보드게임 '모노폴리 고'가 출시 1년 4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매출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모노폴리 고는 올 7월 27일을 기점으로 글로벌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누적 매출 3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3년 4월 11일 정식 서비스 개시 후 473일 만의 일이다.
이는 2020년도 최고의 모바일 히트작으로 꼽히는 호요버스의 '원신'이 갖고 있던 최단기간 30억 달러 매출 돌파 기록 594일을 121일(4개월) 앞당겨 경신한 것이다.
센서타워가 제시한 순위 차트의 게임들을 살펴보면 캐릭터 수집형 비즈니스 모델(BM) 채용한 원신이나 '몬스터 스트라이크', 이용자 간 경쟁이 핵심이 되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MMORPG '리니지M' 등 소위 '검증된 BM'을 가진 사례가 많다. 소셜 캐주얼 게임 중에선 '로얄 매치'가 순위에 들었으나 모노폴리 고 대비 2배 이상 긴 약 3년에 걸쳐 30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출시 후 473일 동안 모노폴리 고를 다운로드 받은 계정의 수는 1억3700만개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77%인 23억2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이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다운로드 수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34%(4700만개)였다.
모노폴리 고는 고전 보드게임 '모노폴리'를 테마로 한 게임으로, 판권 보유사인 해즈브로와 로열티 계약을 맺고 개발됐다. 모노폴리는 1933년 개발된 게임으로 국내 유명 보드게임 '부루마블'의 원형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부루마블을 활용해 넷마블엔투(N2)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모두의마블' 시리즈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보드게임 자체로 이용자 간 대결을 벌이는 모두의마블과 달리 모노폴리 고는 기본적으로 혼자 주사위를 굴리며 보드판을 오고 가는 '싱글 플레이 보드게임'을 핵심 콘텐츠로 한다.
모노폴리 고의 기본 공식은 소셜 게임이다. 친구를 초대한 횟수에 따라 '주사위'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친구를 5명 등록해야만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커뮤니티 상자' 기능이 해금되는 등, 친구 수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보상도 확대된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 게임의 초대장을 전송한 횟수는 3억회를 넘는다.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보상으로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를 완공하면 다음 도시가 열리는 등 일종의 '스테이지' 형태의 구조를 취했다.
독특한 것은 여기에 보드판 특정 구역에 '은행 강도'와 같이 타 이용자를 공격할 수 있는 칸이 있으며, 이를 막는 데 필요한 '방패'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소셜 캐주얼 게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MMO 전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습격' 시스템을 가미해 경쟁심과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모노폴리 고가 거둔 메가톤급 흥행은 글로벌 게임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발사 스코플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스코플리는 PIF의 자회사 새비 게이밍 그룹(SGG)이 지난해 4월 49억 달러(약 6조76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게임사다. 직접적으로 사우디의 자본이나 개발력이 투입된 결과물은 아니나, 사우디 펀드 산하 게임사에서 거둔 최초의 대형 히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노폴리 고는 훌륭한 그래픽이나 레벨 디자인 등 다량의 개발 자원이 투입된 게임은 아니나, 개발 자체에는 7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스코플리는 그간 '야추(Yahtzee) 위드 버디스'나 '스크래블 고' 등 고전 보드게임 IP를 활용한 소셜 게임들을 개발, 운영하며 노하우를 장기간 축적해왔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월터 드라이버(Walter Driver) 스코플리 공동 대표는 "하룻밤 만에 성공하는 게임은 대부분 10년이 걸렸다는 말이 있다"며 "모노폴리 고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출시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