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영업이익 10조 돌파 전망에 중고 탱커값이 신조선가 역전
HD현대중공업 힘센엔진, 6271억 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로 '조선 외 수익원' 확보
HD현대중공업 힘센엔진, 6271억 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로 '조선 외 수익원'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미국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 투자 결정(FID) 재개가 맞물리며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한 1758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 1조 356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57.8% 폭등.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1분기에 찍은 숫자다. 한화오션은 4411억 원으로 70.6%, 삼성중공업은 2731억 원으로 122% 각각 뛰었다. 헬레닉 쉬핑 뉴스(Hellenic Shipping News)는 지난 8일(현지시각) "3사 합산 1분기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돌파하며 초호황이 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조선업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구조적 초호황(슈퍼사이클) 진입의 신호로 평가한다. 2022~2023년에 수주한 LNG 운반선의 본격적인 인도와 미국 데이터센터향 발전 설비라는 신규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나, 역대급 실적의 기저에 깔린 '강달러 수혜'를 고려할 때 향후 환율 하락 전환 시 수익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3사 합산 영업이익 10조 원 시대…2022~2023년 LNG 수주가 이익으로 귀환한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10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는 HD한국조선해양 5조 8520억 원, 한화오션 2조 6090억 원, 삼성중공업 1조 6330억 원을 올해 증권사 평균 전망치로 집계했다. 조선 3사 합산 연간 매출도 약 59조 8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2010년대 초 해양 플랜트 수주 호황기에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인 52조 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이익 급등의 핵심 근거는 LNG 운반선 인도 일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2023년에 LNG 운반선 83척,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43척을 수주했다. 선박은 통상 수주 후 2~3년에 걸쳐 건조·인도되므로, 올해가 고선가 물량 인도의 절정 구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올해 12% 추가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삼성중공업이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단일 모델로 올해 처음 3조 원 오프쇼어 매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헬레닉 쉬핑 뉴스는 지난 1월 "한국 3사 영업이익이 올해 45% 이상 급증하며 구조적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힘센 엔진이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먹는다…조선 사이클과 무관한 새 수익 축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1분기 영업이익 3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5% 급증, 매출은 60.8% 늘어난 1335억 원을 기록했다. 조선 수주 사이클과 별도로 움직이는 AI 인프라 수요 축을 처음 확보한 셈으로, 증설 여부 검토도 시작됐다.
호르무즈 충격에 중고 탱커값이 신조선가 역전…다음 발주 파도는 탱커
조선업의 다음 성장 동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까지 전 세계 누적 중고선 거래량은 859척으로 전년 동기(587척) 대비 46% 급증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선박 운항 효율이 급감하자 당장 투입 가능한 중고 탱커 확보 경쟁이 벌어진 결과다.
중고 탱커 가격이 신조선가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유조선 3개 선종 전반에서 확인됐고, 클락슨 뉴빌딩 가격지수는 현재 182.08로 호황 기준선(180포인트)을 상회 중이다. 지난해 12월 클락슨 리서치는 2026년 전 세계 탱커 발주를 442척으로 전망했다.
미국·한국 간 해군 함정 MRO 협력인 마스카(MASCA)도 새 수익 축으로 부상했다.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MRO 계약을 체결하고 필라델피아 조선소(약 1억 달러)를 인수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8월 미 해군 지원함 앨런 셰퍼드 MRO를 수주했다.
다만 빅고 파이낸스는 최근 "한국의 독무대였던 LNG선 시장에서 중국이 최근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며 맹추격 중인 만큼, 기술 격차 유지가 한국 조선업의 중장기 생존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지표
조선업 투자자와 산업 관계자가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매 분기 진행 기준 매출 인식이 연간 가이드(20~30% 성장)를 상회하는지 여부다. 둘째, 힘센엔진 데이터센터 수주가 일회성에 그치는지, 아니면 증설을 수반하는 구조적 흐름인지다. 셋째, 탱커 신규 발주 소식의 빈도다. 발주 뉴스가 끊기기 시작한다면 업황 정점 신호로 읽어야 하지만, 현재처럼 호르무즈發 탱커 교체 수요와 마스카 MRO·잠수함 이슈가 살아있는 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할 근거는 충분하다.
상선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 AI 전력이라는 전혀 다른 고부가 수익 축이 막 서기 시작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